문재인 대통령 “전쟁불가” 이틀만에… 트럼프 ‘전쟁불사’ 작심경고

문병기 기자 , 박용 특파원 입력 2017-08-10 03:00수정 2017-08-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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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강대강 대치]트럼프 ‘화염과 분노’ 발언 왜?
귀환하는 美 F-16 전투기 북한의 탄도미사일 부대인 전략군이 9일 미국을 향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비행을 마친 미군 F-16 전투기가 기지로 귀환하고 있다. 평택=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8일(현지 시간) 오후 여름 휴가지인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서 기자들을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팔짱을 끼고 핵심 단어에 강세를 주는 스타카토 어법으로 북한에 대한 초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세계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이에 북한이 ‘괌 포위사격’ 운운하자 9일 오전엔 미국 핵무기의 힘을 과시하는 트윗을 올렸다.

○ 섬뜩한 ‘화염과 분노’ 발언 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을 용인할 수 없다”며 전쟁불가론과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은 우발적인 게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탁자에 놓인 종이를 힐끔거린 걸 보면 준비된 원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발표하며 “지구상에서 본 적이 없는 파멸의 비”를 경고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이 발언을 ‘종말론적 경고’라고 표현했다. CNN 등은 ‘북한에 대한 극히 이례적인 최후통첩(ultimatum)’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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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이어 핵탄두 소형화(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 보고서)로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한계선)’에 사실상 도달한 데 이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 타격 위협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 증시에서 9거래일 연속 지속됐던 다우지수의 최고치 행진이 이날 마침표를 찍었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활동한 댄 파이퍼 정치평론가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핵 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언행에 ‘쓴소리’를 해온 존 매케인 연방 상원 군사위원장은 “위대한 지도자는 행동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적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김정은이 외교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강력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괌을 포함해 임박한 위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밤새 걱정 없이 잘 자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전 기상하자마자 “우리가 이 힘을 결코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아닐 때는 없을 것”이라며 거듭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 입 다문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현안점검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현황을 보고하는 등 비상대응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군 장성 진급 및 보직신고 자리에서 “환골탈태 수준의 국방개혁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군사 대응 태세를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해주길 바란다”며 ‘자주국방’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나 북한의 괌 타격 위협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북-미 간 ‘치킨게임’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자칫 우발적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안보 상황이 엄중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 관리하면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조로 치닫는 북핵 위기가 군사 충돌보다는 과거 위기처럼 결국 북-미 간 비핵화 담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얘기지만 낙관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8월 미국발 대북 강경 발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8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참모회의 전)

― 북한은 미국을 더 이상 위협하지 않는 편이 좋다. 세계가 경험한 적 없는 화염과 분노를 만나게 될 것이다.

▽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8일 폭스뉴스 기고)

― 미국은 계속해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대화로 위기를 풀기를 선호하지만 우리의 눈은 활짝 열려 있다.

▽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5일 MSNBC 인터뷰)

― (북한 관련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예방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묻는 것인가? 물론 (북한의 미국 위협을 막기 위한) 모든 옵션을 내놔야 한다. 군사적 옵션도 포함된다.

▽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1일 NBC 인터뷰)

― (김정은을) 막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면 저쪽(한반도)에서 벌어질 것이다. 수천 명이 죽는다면 저쪽에서 죽을 것이다. 여기(미국)에서 죽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트럼프#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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