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불 들어온다.”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는 지난달 10일부터 기자들의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소에 꺼져 있던 브리핑룸 단상의 조명이 켜지면 곧 브리핑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 지시, 인선 발표 등이 잇따르면서 청와대 브리핑룸의 조명은 꺼져 있을 틈이 없었다.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난 지금, 브리핑룸 조명이 켜지는 횟수는 줄었다. 그 대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새 총리를 맞은 국무총리실이 바빠졌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권력 지형도에 변화가 오고 있다.
○ 文정부의 2인자? “임종석!”
대한민국 권력의 1인자는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대통령이다. 하지만 2인자가 누구인지는 답변이 엇갈린다. 사실 답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단 한 명, 1인자뿐이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인물은 역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5표)이었다. 문 대통령은 매일 오전 9시 10분, 임 비서실장과의 티타임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중견 A 기자는 “권력은 자고로 권력자와의 거리에서 나온다”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붙잡아 정보를 최초로 입력하는 임 비서실장이 맡은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민1관 3층에, 임 비서실장은 2층에 근무한다. 문 대통령은 임 비서실장에게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수시로 임 비서실장을 찾는 문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구내전화로 임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교환하는 직원이 놀란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역시 임 비서실장을 2인자로 꼽은 B 기자는 “내각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 정책 등 전 분야를 조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임 비서실장이 참여했던 문 대통령의 대선 초기 캠프인 ‘광흥창팀’을 알면 이해가 쉽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등 광흥창팀 멤버들은 청와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임 비서실장과 호흡을 맞춰 대선을 치른 ‘역전의 용사들’이 청와대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2위는 윤 실장(2표)이 차지했다. 직급으로는 수석비서관보다 낮은 비서관이지만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 정무특보 등을 지낸 오랜 측근이다. C 기자는 “국정상황실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부처의 각종 정보가 모이는 곳”이라며 “누가 윤 실장을 단순 비서관으로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보가 모이는 곳에 권력이 있다는 접근 방식이다.
친문(친문재인) 의원 중 유일하게 핵심 당직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겸 국정기획자문위 부위원장, 2012년 대선부터 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민주당 김경수 의원, 조국 민정수석비서관도 각각 한 표를 받았다.
‘2인자가 없다’는 답변도 있었다. “권력은 한쪽으로 쏠리면 무너진다는 것을 아는 문 대통령이 쉽게 2인자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추가 의견으로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국내에 있었다면 양 전 비서관을 꼽았을 것”이라는 답도 있었다.
2인자를 짐작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달 15일 청와대 만찬이다. 양 전 비서관이 2선 후퇴의 뜻을 전한 이날 만찬에는 양 전 비서관과 김경수 의원, 임 비서실장만 참석했다.
○ ‘이견 제기’ 의무를 잘할 사람은?

모두가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1인자에 대한 직언’이다.
이를 제일 잘할 인물로도 임 비서실장(4표)이 꼽혔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를 출입했던 D 기자는 “임 비서실장이 갖은 견제에도 비서실장이 된 것은 대선 기간에 할 얘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내부 토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시 사항에 이견을 말씀드려도 되느냐”고 물은 인물이 임 비서실장이다.
2위는 두 명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 수석이 나란히 2표씩 얻었다. E 기자는 이 총리에 대해 “아랫사람에게 깐깐하면서도 토론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하는 화술이 뛰어나다”고 답했다. 이 총리가 ‘책임 총리’를 강조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조 수석을 꼽은 F 기자는 “절이 싫으면 떠나도 되는 조 수석이 쓴소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둬도 돌아갈 곳(서울대 교수)이 있기 때문에 할 말을 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조 수석은 임명 직후 “민정수석은 국민의 마음을 가감 없이 직언해야 하고, 대통령도 그걸 원하신다”고 말했다.
좀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놓지 않는 문 대통령이 스스럼없이 이름을 부르는 이호철 전 민정수석, 문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장하성 정책실장도 각각 한 표를 얻었다.
마지막 남은 한 표를 받은 주인공은 김정숙 여사다. “청혼할 때 ‘재인아, 너 나랑 결혼 할래 말래!’라고 물었다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소신껏 할 것”이라는 이유다.
이견을 말해도 되느냐는 임 비서실장의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은 “해도 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의무”였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최고 권력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청와대와 내각의 참모들이 문 대통령의 이 지시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정당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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