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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횡설수설/고미석]신세대 사로잡은 박막례 할머니

입력 2017-03-27 03:00업데이트 2017-03-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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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젊은 세대는 ‘염병’(장티푸스의 옛말)이란 단어와 꽤 친숙해졌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유튜브 스타로 꼽히는 71세 박막례 할머니의 동영상을 보면 수시로 이 말이 출몰한다. 일상에서 입버릇처럼 튀어나오는 ‘염병’은 차진 전라도 사투리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폭소를 자아낸다. 앞서는, 특검에 구인된 최순실을 향해 청소아주머니가 일갈한 ‘염병하네’가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염병’을 웃음 코드로 바꾼 박 할머니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손주뻘 세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로 떠올랐다. 그제 막 오른 ‘SNL 코리아’ 시즌9의 페이스북 홍보에 등장할 만큼 인지도가 치솟고 있다. ‘칠순의 크리에이터’는 손녀와 떠난 호주여행을 시작으로 요가와 네일아트,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같은 뷰티 동영상을 올려 꾸밈없고 솔직한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젊은 여성의 뷰티 동영상 같은 형식인데 할머니의 엉뚱한 반응과 입담을 보는 재미가 톡톡하다. 데일리메이크업을 소개할 때 “얼굴 작아지려면 다시 태어나야 돼. 이거 바른다고 작아지나”라고 투덜거리는 식이다.



▷그 덕분에 할머니는 치과에 가면 의사가 사진 찍자고 따라 나오고 식당 가면 젊은 손님들이 알아보는 등 놀라운 신세계를 경험 중이다. 동영상의 기획 편집 촬영은 젊은 손녀의 몫이다. 남편 없이 자식들 키우느라 억세게 고생한 할머니랑 어린 시절 함께 살았던지라 정이 각별했다. ‘치매에 걸릴까 봐 두렵다’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손녀는 큰 결심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그 동영상이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최근 교육방송에서는 조손세대가 둘만의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랑’도 선보였다. 어렸을 때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시청자의 애틋한 마음을 염두에 뒀을 터다. ‘촛불과 태극기’가 상징하는 세대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평범한 할머니의 일상에 공감하는 젊은 세대를 보면서 대한민국에는 노년과 청년세대를 묶는 튼튼한 정서적 고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아직 희망이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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