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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프리미엄 리포트]주택이 늙어 동네 죽는다

입력 2015-08-10 03:00업데이트 2015-08-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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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층이하 주택 72%가 지은지 20년 넘어
재개발 난항에 슬럼화 가속… 정비 대안 시급
“서울에 이런 집이 남아 있다니….”

1969년에 지은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언덕 위 스카이아파트. 지난달 찾아간 스카이아파트는 세월을 혼자서만 맞은 듯했다. 외벽은 여기저기 갈라졌고 녹슨 철근은 끊긴 채로 벽면 밖으로 튀어나왔다. 손으로 벽체를 훑자 새하얀 시멘트 조각과 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나왔다. 스카이아파트는 이미 20년 전 건물안전점검에서 재난위험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서울 성북구는 이 아파트 5개동 가운데 붕괴 위험이 가장 컸던 1개동만 먼저 철거했다. 남은 4개동에는 16가구가 살고 있다.

정릉3동 한복판에 위치한 스카이아파트의 재개발 지연은 동네 전체의 슬럼화를 불러왔다. 낡은 집들만 남아있고, 도로에는 가로등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거환경이 낙후되자 사람들은 떠나갔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흉물(스카이아파트)이 떡하니 서 있으니 동네 전체가 죽는 건 당연지사”라고 말했다.

스카이아파트는 2000년대 들어 불기 시작한 ‘개발 광풍’이 지나간 뒤 쇠락해 가는 서울 도심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내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다가구, 다세대 등 4층 이하의 저층 주거지 가운데 72%(2014년 말 기준)가 지어진 지 20년이 넘었다. 한국의 주택 수명은 평균 27년. 인구 고령화 못지않게 ‘주택 고령화’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나 건설업체, 개인들은 여전히 재개발의 ‘신기루’에 홀려 도심 슬럼화를 방치하고 있다. 현재 서울 저층 주거지(111km²)에는 약 164만 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재개발 재건축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교통 위생 등의 주거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빈집이 늘어나 우범지대로 전락하기도 한다. 한꺼번에 모든 건물을 부순 뒤 고층아파트를 세우는 방식이 실패로 돌아간 만큼 새로운 재개발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김호철 단국대 교수(한국도시재생학회장)는 “노후 주택을 방치하면 동네 전체가 슬럼화된다”며 “이런 경험을 먼저 한 영국 일본 등은 소규모 정비와 함께 해당 지역에 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도시재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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