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기득권에 막혀”… 대기업 57% 채용계획도 못정해

강유현기자 , 유성열기자 입력 2015-05-14 03:00수정 2015-05-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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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캄캄한 청년 고용절벽]
노동시장 왜 변화 없나
현대자동차 노조가 해외 공장 생산량까지 노사가 합의하고, 정년을 만 65세까지 늘려 달라는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마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노조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자산 매각을 먼저 해야 한다는 요구안도 마련했다. 정리해고를 하려면 최근 매입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터를 먼저 매각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해외 공장을 늘리는 목적은 현지 수요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지만 국내 공장의 효율성이 크게 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공장에서 차량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걸리는 총 시간(HPV)은 26.8시간으로 현대차가 각국에서 운영하는 공장 가운데 가장 길다. 또 현대차는 이미 정년연장법 시행(2016년)에 앞서 노사 합의를 통해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무리한 요구안을 내세운 노조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청년 고용 절벽’을 해소하려면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 같은 ‘밥그릇 지키기’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 벌써부터 청년 채용 축소


기업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가 대기업 49곳의 상반기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28곳(57.1%)이 채용 계획이 없거나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노동시장이 기존 정규직을 위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청년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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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부는 노사정(勞使政) 협상에서 임금 상위 10%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해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노동계가 이에 동의하면 정부와 기업도 이에 상응하는 지원금을 같이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협상 초기엔 반대했던 노동계도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지만 협상 막판에 저(低)성과자 해고 요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다른 쟁점에서 합의를 못하면서 이 역시 함께 무산됐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기업이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등이 이뤄지기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는 당분간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 세대 위한 희생 감내해야

정부는 노동계가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앞으로 얻을 게 많은 만큼 청년 채용 확대를 위해서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정규직 조합원의 이익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사정 협상에 참여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협상과 관련한 의사 결정이 지도부에 위임되지 않았고, 모든 의사 결정은 중앙집행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해야 했다. 또 노사정 협상 대표단에도 청년과 비정규직은 포함되지 않았고, 기존 정규직 근로자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었다.

이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주요 조직은 “청년 채용 확대가 아닌 고용 유연성을 대폭 높이려는 의도”라며 정부안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특히 일부 산별 노조는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투쟁 전선을 펼쳤다. 결국 자신들을 뽑아준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담을 느낀 한국노총 지도부는 임금 동결, 근로시간 단축 등 합의가 임박했던 쟁점들까지 무효로 한 뒤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동계가 이처럼 노동정치에만 몰두하는 사이 청년 채용이라는 ‘실리’는 사라지고, 조합원 이익과 기득권이라는 ‘명분’만 남게 된 것이다.

이들의 노동정치는 이제 거리에서도 펼쳐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달 총파업에 이어 다시 한번 총파업을 선언했고, 한국노총도 6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기득권에만 집착해 정부안을 무조건 반대하며 거리로 나갈 것이 아니라 ‘청년 고용 절벽’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정 정도는 양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계 지도부가 정치싸움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을 적극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정 협상을 통한 구조 개혁은 명분만 앞세우는 노동정치에 매몰됐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며 “차라리 상황이 비슷한 산업, 업종별로 개별적인 노사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ryu@donga.com·강유현 기자
#노동시장#대기업#채용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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