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동원훈련지 ‘現주소 인근→옛 복무부대’ 전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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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옛경험 살려 전투력 극대화”
누리꾼 “그 먼 오지까지 또 가라고?”

강원 양구군에 있는 21사단에서 포병으로 복무한 A 씨(25)는 예비군 2년차인 서울 소재 대학 3학년생이다. 2박 3일의 예비군 동원훈련을 앞두고 짐을 꾸리던 그는 문득 한숨을 내쉰다. ‘거길 또 가게 될 줄이야….’

오전 6시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국방부 차량을 타기 위해 일찍 잠을 청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옛 전우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기대도 되지만, 신참 시절 지독히도 못살게 굴던 B 병장을 예비군으로 다시 봐야 한다는 불편한 생각도 떠오른다. ‘사회에서 만나면 반드시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현재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는 ‘예비군 병력 동원 지정제도 발전안’이 확정될 경우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28일 예비군 1∼4년차 대상자들이 2박 3일간 받는 동원훈련의 장소를 현재의 주소지 중심에서 현역 복무했던 부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강원 양구군이나 화천군 같은 오지에서 복무했던 예비군들은 4년 동안 매년 1차례씩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동 거리의 문제를 고려해 전국을 1권역(수도권·강원)과 2권역(충청·영남·호남)으로 나눠 1권역 거주자에게만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2권역 거주자는 종전처럼 주소지 중심으로 동원된다. 예를 들어 부산 거주자는 비록 수도권·강원 지역에서 복무했어도 부산 지역의 부대에서 훈련을 받는다. 또 전투훈련을 받지 않은 전·의경이나 의무소방대원도 제외할 방침이다.

국방부가 이처럼 제도 변경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예비군의 전력 강화를 위해서다. 예비군 업무를 맡고 있는 국방부 동원기획관실은 “현역 시절 복무했던 부대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면 과거 경험을 통해 지형이나 작전에 대한 이해도를 빨리 높일 수 있고, 선후배 유대관계를 통해 전투력 발휘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의 ‘밀리터리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예비군 창설 목적은) 전쟁이 터지면 가까운 부대에서 주특기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인데, 전쟁이 터져 총탄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어떻게 강원도 부대까지 복귀하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는 김포공항에 리무진(버스) 타고 가면 되겠다”며 복무지가 가깝고 먼 데 따라 불평등 논란이 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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