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6자 대화론’ 제기]대북정책, 북핵폐기 원칙 지키면서 ‘협상’으로 한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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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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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北에 기대하기 힘들다’서 달라진 기류
‘한반도 긴장완화’ 美-中과 보조 맞추되… 靑 “北 진정성 보여야” 낙관론엔 선그어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외교통상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2011년 중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 폐기’와 ‘남북 협상을 통한 핵 폐기’를 거론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청와대 내에서는 6자회담 회의론 혹은 시기상조론이 지배적이었던 것에 비춰볼 때 확연히 달라진 기류다. 이 대통령이 11월 말 TV 카메라 앞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은 “새롭게 뭔가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오늘 나온 발언은 남북 간에 진행되는 ‘물밑 논의’에 바탕을 둔 대화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게 아니다. ‘이렇게 가는 게 마땅하다’는 당위를 말한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오히려 남북문제의 근원적 이슈인 ‘핵 폐기’를 뺀 남북대화는 상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설명도 내놓았다. 햇볕정책이 추진되던 시점에 벌어진 무수한 남북 장관급 회담이나 2차례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는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없는 성역(聖域)에 머물렀다는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들은 국제환경의 변화를 들어 6자회담 재개 논의 자체를 멀리할 수 없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내년 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일본의 북-일 대화 가능성 언급, 중국과 러시아 외교당국의 6자회담 재개 촉구 등 외면하기 힘든 기류가 형성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한 정부 당국자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라늄 핵 가동 중단’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닐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일종의 애드벌룬 띄우기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의 자세는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국제 흐름에 맞춰 북한 위기 요소를 관리하겠다’는 쪽에 가깝다. 실제로 청와대 안팎에서는 ‘관리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 진행되는 상황을 무한정 지켜볼 수만은 없고 국내적으로도 집권 4년차에 북한의 도발에 끌려 다니며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받아내야 할 ‘최소한의 전제조건’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연평도 도발이나 천안함 폭침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유감을 표명하거나 △핵 폐기 의지를 보여줄 모종의 제스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직후 ‘두 가지 모두’를 전제조건으로 걸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안보 분야 당국자는 “북한의 진정성을 읽을 무언가를 손에 쥐어야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가능하겠느냐”며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수사(修辭) 정도라면 정부로선 난감하다”고 말했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일단 6자회담이 열린다면 그 틀 안에서 남북 당국이 별도로 대면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전에 없던 방식’으로 남북의 핵 협상 국면이 조성되는 것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들이 많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 6자회담 때도 (개성 베이징 등에서) 비슷한 접촉이 있었다”며 “이 대통령이 말한 ‘남북 핵 협상’의 의미는 그 수준을 벗어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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