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박연차 불러달라” 피고인석서 벌떡

동아일보 입력 2010-06-12 03:00수정 2010-06-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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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증언 일관성 인정
“출석 의사 전달 못받았다”
재판장, 변론재개요청 일축
대가성 없다고 판단 ‘집유’
“피고인 이광재.” 11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302호 소법정. 재판장이 선고 시작을 알리며 피고인을 부르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그동안 두 차례 구인장을 발부했는데도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박 전 회장의 증인 신문을 위해 선고를 연기해 달라는 이광재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6부 이태종 부장판사는 먼저 이 당선자의 변론 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판결을 선고하려 하자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이 당선자가 피고인석에서 벌떡 일어나 마이크를 붙잡았다. 선고 도중 피고인이 재판장의 진행을 끊은 것은 이례적인 일.


이 당선자는 “박 전 회장이 증인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너무 억울하니 한 번만 증인으로 다시 불러 달라. 그래도 안 나오면 받아들이겠다”며 변론 재개를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박 전 회장 측으로부터 증인 출석 의사를 전달 받은 바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박 전 회장의 증언을 들을 수 없었지만, 박 전 회장이 수사과정과 1심 재판에서 구체적이고 일관된 주장을 했다”며 “이 당선자와의 관계에 비춰볼 때 돈을 줬다는 것을 허위 주장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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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당선자의 혐의 사실 가운데 박 전 회장에게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5만 달러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부분 등 상당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베트남 태광비나 사무실에서 건네진 5만 달러는 이 당선자 혼자 받은 것이 아니라 동석한 한병도 당시 국회의원과 반반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절반인 2만5000달러만 유죄로 인정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선 “이미 같은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피고인이 당시 지위나 권한에 비해 적절히 처신하지 못한 점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며 “둘 사이에 대가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선고 직후 “박 전 회장의 가족을 통해 박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의사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재판부가 박 전 회장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채 변론 재개를 막았다”며 상고할 뜻을 밝혔다. “억울하다. 납득할 수 없다. 피눈물 나는 시기지만 이겨내겠다. 강원도민의 위대한 힘을 짓밟을 수는 없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서 제출 등의 절차를 거쳐 7월 말경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9월 30일 이전에 항소심대로 형을 확정하면 이 당선자는 도지사직을 잃게 되고 10월 27일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나 10월 1일 이후에 판결을 확정하거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릴 때에는 이 당선자의 직무정지 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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