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술에 취해 있다 깬 것 같아” “‘만인보’에는 각각 다른 시기의 얼굴들, 다른 방향의 언어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산재했습니다. (완간으로) 세상과의 약속을 지켰지만, ‘만인보’의 본질은 끝이 없는 것입니다.”
고은 시인(77)이 연작시 ‘만인보’를 최근 완간해 1986년부터 25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쳤다. 그가 이를 기념해 9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백령도 앞바다의 참사를 견디면서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문을 뗀 뒤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한 인물들도 있다. 이승에서 다시 힘이 작동한다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시 ‘만인보’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인이 ‘만인보’를 처음 구상했던 것은 1980년 계엄법 위반으로 육군교도소 특별감방에 갇혀 있을 때였다. 그는 “25년이 흘러 완간이 되고 보니 술에 취해 있다 깬 것 같다”며 “시를 쓸수록 시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쓰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화제의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