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소속이 경찰청인 한 누리꾼이 ‘경찰의 사명감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로 본인인증을 해야 글을 올릴 수 있다.
A 씨는 “이 조직에서 3년간 일하면 사명감이 사라지고 다 똑같아진다”며 “내부망에 올라오는 판례를 보면 적극적이던 직원들이 다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게에서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했는데 취객이 다쳤다며 5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며 “교통 단속 중 신분증을 뺏으려 달려드는 운전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다쳤는데 경찰이 4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있었고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자를 쫓다가 사고가 나자 ‘무리한 추격’이라고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다”라고 실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A 씨는 “적극적으로 일하다가 소송에 걸리면 하나도 보호해주지 않는 조직”이라며 “선배들이 소송에서 몇천만 원씩 깨지고 혼자 머리털 빠지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 다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조직은 정말 각자도생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며 기계처럼 일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2일 오후 현재 삭제된 상태다.
경찰청 직원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은 이 글에 공감했다. 한 누리꾼은 “경찰관 개개인이 공정한 법 집행을 하기 위해 너무 많은 제약과 책임이 있다. 이것은 경찰 조직에서 든든하게 뒤받쳐줘야 실현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일반 누리꾼들 역시 “대부분 경찰관은 열심히 일한다. 연말에 취객들 다 챙기는 모습 보면 짠하기까지 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경찰 채용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등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