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향기 따라 책방으로… “꽃집에서 ‘책의 향기’ 느껴보세요”

조종엽 기자 입력 2018-07-18 03:00수정 2018-07-1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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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형 동네서점’ 잇따라 개점
열기를 피해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에 요즘 서점만 한 곳이 없다. 특색 있는 전국 300여 곳의 동네 서점이 무더위에 지친 독자를 기다린다. 사진은 ‘식물이 있는 서점’을 표방한 서울 양천구 ‘꽃피는 책방’의 17일 한낮 모습.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이상의 ‘날개’에서)같은 더위가 지속되는 요즘이다. 맹위를 떨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열기를 피해 동네 서점에서 책의 향기를 맡아보는 건 어떨까.

특색 있는 ‘테마형’ 동네 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여는 가운데 ‘식물이 있는 서점’이 최근 화제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꽃집과 서점을 결합해 색다른 공간을 만들었다.

16일 서울 양천구 양화초교 앞 생태·문학 전문 서점 ‘꽃피는 책방’은 말 그대로 ‘풀 반 책 반’이었다. 서점 앞 수국은 꽃받침이 연한 녹색으로 변해 한여름임을 알렸다. 찜통더위를 피해 들어간 책방 안에는 나무와 풀 냄새, 책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마침 신발 벗고 올라가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 자리가 비었다. 발 뻗은 채 얼음 동동 뜬 겨우살이차를 마시고 ‘나무의 노래’(에이도스)를 펼치자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 거꾸로 매달린 수염 틸란드시아(파인애플과의 식물)와 거베리(석송과의 식물), 말린 안개꽃, 작은 화분 수십 개가 서가와 함께 진열돼 멋들어진 풍경을 자아냈다.

과학책방 ‘같다’의 ‘은하고원 책맥’ 세트.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올해 3월 서점을 연 김혜정 씨(37)는 KBS2 ‘영상앨범 산’을 집필한 방송작가 출신의 숲 해설가다. 김 씨는 “길가에 핀 작은 꽃이나 나무열매 하나, 바람결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지하철 9호선 역 인근이라 직장에서 퇴근한 동네사람들이 들러 열기를 식히다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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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퍼니플랜에 따르면 꽃집과 서점의 퓨전은 동네 서점의 진화에서 가장 최근 버전. ‘오버그린파크’(서울 영등포구 당산로)가 1년 반쯤 됐을 뿐 ‘순정책방’(서울 강동구 동남로), ‘그리너리’(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곶동책한송이’(경기 시흥시 월곶해안로) 등이 모두 근래 문을 열었다.

여름이면 유독 더 찾게 되는 ‘맥주’와 서점의 결합도 빼놓을 수 없겠다. ‘책맥(책과 맥주) 서점’ 역시 독특한 개성을 갖춘 곳이 늘고 있다.

“은하수는 기차와 나란히 격렬하게 달려온 듯 때때로 반짝반짝 빛나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문을 연 서울 종로구 과학책방 ‘같다’는 추억의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에 결정적 영감을 줬다는 단편소설 ‘은하철도의 밤’과 일본맥주 ‘긴가코겐(은하고원)’을 세트로 판매한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자 소설 속 열차에 오른 듯했다. 이 서점에서는 8월 4, 11, 18일 저녁 은하, 달, 별에 대한 천문학자의 강연을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카페 창비(서울 마포구 월드컵로)의 ‘디킨스 ipa’처럼 문인을 기념한 맥주를 발견하는 건 또 다른 재미다. 퍼니플랜 조사에 따르면 전국 동네서점은 ‘술이 있는 서점’ 20여 곳을 비롯해 300여 곳. 나만의 시원한 아지트는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을 수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테마형 동네 서점#꽃피는 책방#책맥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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