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계기 저공비행 안했다더니…“영상이 저공비행 증거”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30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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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 해군의 광개토대왕함에서 추적레이더(STIR)로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조준했다는 증거라고 관련 영상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일본 방위성의 해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해군 함정에 의한 사격통제레이더 조사 사안’이라는 제목의 13분8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가 촬영한 것으로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는 당시 광개토대왕함의 선수(船首·뱃머리)에 도장된 함정 건조번호 ‘971’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낮게 비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초계기 영상 공개 전인 지난 2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명에서 “초계기가 화기관제레이더(사격통제레이더) 특유의 전파를 일정 시간동안 계속해 수차례 조사(照射)당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초계기는 한국 해군)구축함과 일정한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했으며, 구축함 상공을 저공으로 비행한 사실이 없다”며 일본 초계기가 저공에서 근접비행했다는 우리 군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영상이 공개되면서 일본 초계기가 비정상적으로 저공비행을 하며 광개토대왕함의 구조활동을 방해한 사실이 더 명확해졌다는 군 안팎의 지적이 잇따른다.

광개토대왕함은 지난 20일 당시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에서 조난된 북한 선박을 수색하고 있는 과정이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초계기는 구조활동을 하고 있던 광개토대왕함의 오른쪽으로 500m 거리를, 150m 고도로 통과했다.

또 일본 측이 편집해서 공개한 영상에는 확인되지 않지만 일본 초계기가 저공상공을 비행하면서 광개토대왕 상공으로 날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은 고도 150m 이하로 비행하는 것을 금지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협약을 거론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제공한 참고자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군 관계자는 “군용기에는 ICAO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150m를 지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함정에 피아식별장치(IFF)가 있다”며 “이미 8마일 밖에서 일본 항공기의 활동을 확인했고, (광개토대왕함이) 민간 선박을 구조하니까 일본 항공기에 특별한 조치를 안 하고 우군(友軍)으로 보고 구조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저공비행이 구조활동을 방해한 것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일본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과 해경함이 구조활동하는 것을 사전에 인식하고 있었다”며 “(초계기가 저공비행을 하자) 함정에서는 나를 향해 온다고 느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고 지적했다.

초계기에는 통상 공대함 미사일 등 무장이 탑재돼 있다. 실제 함정 근무자들 입장에서 항공기가 근접비행할 경우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우군이더라도 초계기 등 항공기가 함정에는 근접하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14년 미 해군 구축함 도널드 쿡에 러시아 수호이(SU)-24 전투기가 150m 고도로 근접비행했다가 미국 국방부의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일본 측은 ‘한일 레이더 갈등’의 시발점이 됐던 추적레이더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 측은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로 초계기를 조준해 위협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결정적 증거’인 레이더 주파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29일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우리 측은 지난 28일 일본이 영상을 공개하자 초계기가 수집한 레이더 주파수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지만, 일본 방위성은 레이더 주파수는 ‘기밀사항’이라며 우리 측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성의 간부는 “주파수 정보는 초계기의 감시 능력을 공개하는 것과 같다”, “전자전 능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밀이다”며 공개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일본이 공개한 영상 말미에는 영어로 세 차례 “한국 해군함정 971, 여기는 일본 해군”이라고 호출하면서 “함정의 화기관제레이더 안테나가 우리를 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당신들의 행동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해당 영상만으로는 광개토대왕함이 실제로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 당시 우리 군의 교신 기록에는 일본 초계기가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코리아 코스트(Korea Coast)’라는 호출을 한 정도만 들릴 정도로 잡음이 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마저도 영상 공개 후 ‘코리아 사우스’(Korea South)라고 호출한 것을 잘못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잡음이 많은 국제상선통신망을 이용해 초계기가 교신을 시도한 자체가 의도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일본 측이 공개한 영상은 단순히 초계기가 해상에서 선회하는 장면과 조종사의 대화장면만이 담긴 것으로 일반 상식적인 측면에서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했다는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개토대왕함이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준한 증거가 있다며 당시 촬영된 영상 공개를 강행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라는 일본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방위성은 한일 군 당국 간 관계를 한층 냉각시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영상 공개를 주저했지만, 아베 총리가 ‘톱다운’ 방식으로 강행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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