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유족에 배상 명령 판결문’ 美에 반송한 北…법적 책임 물을수 있나?[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전수미 경희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정치학 박사) 입력 2019-04-04 14:00수정 2019-10-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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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북한이 웜비어 유가족에게 5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한 미국 법원의 판결문을 반송해 미국과 북한의 복잡한 관계에 조명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과 국가 간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과정과 방법이 궁금합니다.

-차지현 연세대 경제학과 14학번(아산서원 14기)

○ 지금까지 경과

웜비어의 사망으로 웜비어 부모가 북한에 청구한 배상액수는 약 11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청구한 1조 원은 웜비어 자산에 대한 경제적 손실, 웜비어의 정신적 고통, 부모에 대한 위자료,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근거로 합니다. 재판은 지난해 11월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가능해졌고, 웜비어 측은 최초 소를 제기한지 8개월만인 12월에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판결문에 명시된 북한의 배상액은 한국 돈 약 5400억 원으로 웜비어 부모가 최초 요구한 액수의 절반입니다.

12월 24일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판사 베릴 하웰(Beryl A. Howell)이 내린 최종판결문에는 북한이 지불해야 할 배상금에 웜비어 자산 손실 603만 달러, 웜비어와 부모 위자료 각각 1500만 달러, 웜비어가 미국에 돌아온 뒤 발생한 9만6000여 달러의 의료비가 포함되었습니다. 판결문은 올해 1월 16일 국제특송 업체 DHL을 통해 피고인 북한 측에 전달되어 2월 14일 최종 배송지에 도착했고 김성원(Kim Sung Won)이라는 인물이 수신 확인란에 서명했습니다. 워싱턴DC에서 판결문이 발송된 지 약 한 달 만에 북한이 판결문을 수령한 것입니다.

-문영란 동아일보 우아한 사무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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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뇌사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온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2016년 3월 북한 억류 당시 모습. 평양=AP 뉴시스

A. 북한이라는 존재는 국내법적으로는 국가가 아닌 특수관계, 국제법적으로는 국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국제법의 주체로 본다면 국제 책임의 주체가 되므로 국제법 위반에 대해 법적 책임 추궁이 가능합니다.

국제법위원회(ILC) 초안 제1조는 “국가의 모든 국제위법행위는 그 국가의 국제 책임을 수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제법상 국가의 위법행위가 존재하고, 위법성 조각사유가 부존재하면 국가책임이 성립하는 게 관습인데요. 다만 국가의 행위는 위법성이 입증될 때까지는 국제법에 부합한다는 ‘추정’을 받기 때문에, 절차법의 차원에서 타국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국가가 타국가 행위의 위법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결국 북한 당국에게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피해국이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피해국이 북한에 대한 피해 사실을 입증하게 되면, 북한은 위반한 의무의 내용에 따라 손해를 배상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이행해야 합니다. 국제법상 손해배상은 가능하면 위법행위의 모든 결과를 제거하고, 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존재했을 상황을 재수립하여야 하는데요. 그 내용에 따라 존속을 위한 원상회복이나, 가치에 대한 금전배상, 사죄 등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이 3종류의 손해배상은 단독 또는 서로 결합하여 진행될 수 있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손해배상에 앞서 북한이 국제위법행위 중지와 이에 대한 재발방지를 약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서 폭력이나 고문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북한에 억류되기 전 웜비어의 치아 사진(위쪽 2개)을 보면 아랫니가 고르지만 사망한 후 찍은 두개골 스캔 사진(맨 아래)에서는 가운데 아랫니 2개가 입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미국의소리(VOA) 한국판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국가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해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는데요. 피해국은 북한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추궁을 할 수 있습니다. 웜비어 사건의 경우 웜비어라는 외국인인 사인(私人)의 침해에 대해 피해 당사자가 아닌 국적국가 미국이 북한에 배상을 청구하는 ‘외교보호’가 간접추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국제위법행위에 대해 국가책임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자력구제 차원의 대항조치와 국제기구 차원의 제재가 논의될 수 있습니다. 대항조치란 피해국이 타국의 위법행위를 중지시키고 완전한 손해배상을 얻어내기 위해 북한에 대해 부담하고 있는 국제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조치로는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혹은 침략행위를 자행한 국가’를 상대로 유엔헌장 제7장에 의거하여 채택하는 조치인 제재(sanctions)가 논의될 수 있으나, 이는 북한의 위법행위를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혹은 침략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유엔헌장 제7장이 국가책임에 대한 이행을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수미 경희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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