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 사람은 왜] ‘트와일라잇’ 로버트 패틴슨 “내 인기 달갑지 않아”

동아일보 입력 2010-04-08 15:00수정 2011-04-0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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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는 영화 ‘리틀 애쉬’에서 스페인의 거장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사랑에 빠지는 살바도르 달리 역을 맡았다. ‘리틀 애쉬’ 스틸컷.

Robsession[ra;bse¤n] = 1) 로버트의 준말(Rob)과 강박증(Obsession)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신조어. 지난해 출시된 로버트 패틴슨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목이기도 함. 유의어로는 heartthrob(수많은 여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배우)가 있음.

2) 2008년 개봉한 영화 '트와일라잇'을 본 후 꽃미남 흡혈귀 에드워드 컬런 역을 맡은 로버트에 집착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 구체적 증상은 창백하면서 섹시한 롭의 입술만 봐도 숨이 멎을 것 같다는 것. 실제로 만날 수만 있다면 내 피라도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짐.

3) 롭세션이 단순한 팬덤이 아닌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현상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음. 영국의 애버딘(Aberdeen) 대학에서는 최근 30개국 출신 20대 여성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음. 그 결과 여성들은 숀코너리나 브루스 윌리스 같은 남자보다 '샤방샤방한' 보이 밴드 스타일의 로버트 패틴슨을 선호. 이유는 여성들의 질병률이 낮아지고 건강해지자 튼튼한 아기를 낳기 위해 강한 남성을 만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 믿거나 말거나!

▶ 깜짝스타 '롭', 과연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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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지가 2년 연속(2008~2009) 선정한 "살아있는 가장 섹시한 남자",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집계한 고소득 배우 순위 10위('트와일라잇' 시리즈로 1600만 달러를 벌었다.), 남성잡지 GQ의 표현처럼 "극도로 고상하고 영감을 불어넣어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자의 진정한 정수"…. 바로 로버트 패틴슨(24)을 수식하는 말이다.

그를 둘러싼 광적인 찬사를 듣다보면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만약 그가 '트와일라잇'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면, 에드워드 컬런이라는 배역을 맡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스타가 될 수 있었을까.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없었더라면 이민호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당분간 로버트에겐 '억세게 운 좋은 배우'이자 '하룻밤 스타'라는 꼬리표는 주홍글씨로 남게 되지 않을까.

로버트는 영화 ‘리틀 애쉬’에서 스페인의 거장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사랑에 빠지는 살바도르 달리 역을 맡았다. ‘리틀 애쉬’ 스틸컷.


이런 편견을 가지고 지난 해 말 개봉했던 '리틀 애쉬'를 봤다. 이 작품은 로버트가 '트와일라잇'을 찍기 전 출연했던 초기작이다. 살바도르 달리 역을 맡은 그는 스페인의 거장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사랑에 빠지는 연기를 했다. 햇빛을 보면 온몸이 황금색으로 변하는 섹시한 흡혈귀 컬런이 천재 미술가 달리를 맡았다고? 혹시라도 큰 기대는 마시길. 마치 가발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단발머리에 어색한 대사처리, 광기만 어린 연기는 솔직히 깼다.

하지만 깜짝 전신 노출까지 불사하며 달리의 예술 혼을 표현하는 장면이나 동성과 정사 장면(그의 첫 섹스 신이었다)을 소화한 그를 보면서 '반짝 스타' 로버트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궁금해졌다. 혹시라도 '일어나 보니 스타'라는 세간의 표현에 억울해하고 있진 않을까. 숱한 팬들에 둘러싸여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되는 그는 정말 행복할까.

▶ 모델 기타리스트 극단 단원까지…차근히 밟아온 배우의 꿈

로버트는 영국 런던의 근교인 반스(Barnes)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중고차 판매업자였고 어머니는 모델 에이전시에서 일했다. 로버트는 자연스럽게 12세에 모델이 됐다. 첫 직업이었던 모델 일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결국 4년 만에 도중하차한다. 다소 엉뚱하지만 이유는 '남자 같은 외모' 때문이라는데…. 2년 전 한 인터뷰에서 로버트는 이렇게 말했다.

"한창 자라기 시작했을 땐 외모가 여성스러운 편이었어요. 덕분에 모델로서 일감은 많았죠. 당시 중성적인 외모가 뜨던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점점 남자 같은 외모로 성장한다면 더 이상 모델로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만 뒀죠."

핏기 없이 창백한 피부를 가진 에드워드를 떠올리면 로버트는 요즘 표현으로 짐승남보다 초식남에 가깝다. 하지만 가끔씩 덥수룩한 수염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로버트의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여동생과 누나를 한명씩 둔 그는 짐작컨대, 여성스럽고 4차원 같은 정신세계를 가진 듯 하다. 단적인 사례가 있다. 한 인터뷰에서 인생의 가장 최악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로버트는 "애완견이 죽었을 때"라고 답했다. 주위에선 사진을 찍어두라고 했지만 로버트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일까. 행여 강아지와 쌓아온 오랜 추억을 값싸게 만들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란다.

로버트는 음악에서도 재능을 보였다. 세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12살 땐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고 작곡도 시작했다. 그에게 음악은 "연기를 포기할 때를 대비해 마련해놓은 보험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 영화 '하우 투비'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재밌는 사실은 현재 함께 활동하고 있는 밴드의 멤버가 로버트의 첫 사랑이었던 여자의 현재 남자친구라는 점. 밴드 이름은 '배드 걸스'다.

연기를 꿈꾼 건 열세 살 때였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보고 그는 잭 니콜슨을 흠모하게 되었다. 15세에 런던의 반스시어터컴퍼니(Barnes Theater Company)에 입단해 단원으로 활동하며 연극과 TV영화에서 조역을 맡았다. 드라마나 영화에 작은 배역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05년 한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가 첫 날 다른 배우로 교체되는 굴욕을 겪었다. 그보다 1년 전, 배니티 페어(Vanity Fair·2004)에서는 그가 나온 장면이 '통편집' 되기도 했다.

굴욕은 기회가 됐다. 드라마에서 '짤린 직후' 들어온 역할이 바로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케드릭 디고리 역이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더 타임스'로부터 차세대 영국 스타에 선정되며 '제2의 주드로'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때부터 미디어는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테페니 마이어의 베스트셀러인 '트와일라잇'에서 에드워드 컬런 역으로 캐스팅되는 행운을 거머쥔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매력적인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런 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오른 로버트 패틴슨. ‘트와일라잇’ 포스터


▶ 제임스딘에 빚지고 조니뎁을 꿈꾸다

'트와일라잇'을 통해 연인이 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열애설에 대해 로버트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개인적인 사생활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게 원칙이다. 팬들이 알아볼까 얼굴을 꽁꽁 싸매거나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는 뭇 연예인과도 노선을 달리한다. 오히려 평상시에는 팬들이 그를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어느 크리스마스 날, 레코드 가게에서 '트와일라잇' DVD를 고르던 소녀가 바로 옆에 서 있던 로버트를 못 알아보고 "혹시 (당신의) 형이 로버트 패틴슨 아니에요?"라고 물어봤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거침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그의 행동은 파파라치의 훌륭한 먹잇감이 되고 있다. 다음은 런던의 한 술집에서 있었던 일.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계산을 주저하던 로버트가 옆의 친구에게 계산을 몰아주도록 했다는 목격담은 시작에 불과했다. 동네 가게에서 속옷을 사고 나오는 장면이나 술에 취해 차 안에서 해롱거리는 모습 등은 연예 사이트의 가십란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레드카펫에 선 그는 좀 달라 보인다. 왠지 사이즈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 보인다. 이쯤 되면 '이놈의 인기'라며 우쭐할 법도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 팬들의 함성은 공포 자체인 듯하다. 늘 팬 미팅 현장이 되는 영화 촬영장에 대해 로버트는 '무차별 폭력'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는 이를 값진 교훈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항상 모든 장면을 실전처럼 찍을 수 있는 연습의 시간이 됐다"는 그는 괴로운 정사신을 통해서도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그는 미국에서 3월 개봉한 '리멤버 미'에서 상대 여배우 에밀리 드 라빈과 애정신을 찍었다.) "그 장면에선 은밀한 부위에 공사를 하죠. 전 매번 제대로 붙이지 못해 얼마 있다보면 자꾸 테이프가 떨어지는 거예요. 그것도 막막한 데 스태프들이 그곳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상태에서 연기를 하다니! 그때부터 포르노 스타들을 존경하게 됐죠."

로버트는 종종 말한다. "나는 제임스 딘을 통해 연기에 눈을 뜨게 됐고, 이제는 조니뎁처럼 살고 싶다"고. 물론 만만치 않은 투쟁이 될 거라는 사실을 그도 잘 알고 있다.

"유명해지고 싶어서 연기한 게 아니었어요. 뭔가를 창조하고 싶었고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인기는 그저, 덤으로 얹어지는 거죠. 저는 유명세보다 그 작품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조니 뎁을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닐까요. 그는 대중적인 이미지로 평가받지 않죠. 조니가 평가 받는 건 오로지 그가 아닌 작품이니까."

과연 이런 바람직한 발언을 한국의 스타들에게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염희진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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