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 광고]짐승남과 소녀폰… 부조화의 유혹

동아일보 입력 2010-06-12 03:00수정 2011-01-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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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시스 휴대전화 ‘W’
검정 정장을 입은 완벽한 모습의 남성과 ‘핑크색’ 휴대전화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통해 ‘휴대전화도 패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SK텔레시스의 ‘W’ 광고. 사진 제공 SK마케팅앤컴퍼니
짐승남의 휴대전화가 알록달록 분홍빛 ‘소녀폰’?

완고함이 느껴지는 각진 턱 선과 선명한 식스 팩. 말없이 입을 다물고 있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강인한 포스. 그리고 클래식한 검정 정장. 이런 모습은 남자들이 꿈꾸는 이상향이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모습을 갖춘 남자가 조심스럽게 정장 안주머니에서 ‘핑크색’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여성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휴대전화는 완벽한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옥에 티다.

2010년 여성 아이돌 그룹 열풍 속에서 국내활동을 시작한 월드스타 비(정지훈). 그가 SK텔레시스 휴대전화 ‘W’의 새로운 광고를 통해 진정한 남자의 향기를 풍기며 돌아왔다. 이번 광고에서 비는 기존의 다른 광고에서 보여줬던 귀엽고 친근했던 모습을 버렸다. 그 대신 초창기 데뷔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세련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는 광고를 통해 남자의 완벽한 모습을 완성하려면 휴대전화도 허술해서는 안 됨을 위트 있게 표현한다.


이제 휴대전화는 더는 통화만을 위한 기계가 아니다.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한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여성과 남성이 각각 구두와 자동차를 자신을 표현하는 액세서리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를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 디자인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 이제 휴대전화는 단순히 좋은 디자인을 넘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개성이 담겨있어야 인정받는다. 그동안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패션감각을 의심받던 많은 남자들을 위해 W는 이번 광고를 통해 ‘휴대전화도 패션’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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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의 새로운 광고는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와 맞먹는 규모와 일정으로 진행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편의 누아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촬영 장소를 찾는 데만 2주가 걸렸다. 그렇게 결정한 최종 장소는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SC제일은행 사이의 골목길. 광고를 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에서 촬영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우리가 항상 지나치던 길이었다.

장소가 결정된 뒤에는 영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가의 소품과 화려한 조명 등 고급 장비가 총동원됐다. 여기에 월드스타 비의 연기를 더했다. 비의 남성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소품도 찾았다. 검정 정장에 한국에 2대밖에 없다는 벤츠 ‘G55 AMG’ 차량까지 등장시켜 고급스러운 영상미를 완성했다.

촬영 내내 비는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이틀 동안 비가 내리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촬영을 강행하며 프로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 비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팬들이 보여준 열정 또한 놀라웠다. 촬영이 진행된 장소는 평소에도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었다. 우연히 현장을 지나던 일본 관광객들은 마치 숨어있던 금맥을 발견한 사람처럼 촬영장을 떠날 줄 몰랐다. 이들은 촬영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한 태도로 밤을 새우며 비를 응원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남자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알록달록한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휴대전화도 패션인 세상이다. 휴대전화는 통화하는 기계에서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알록달록 분홍빛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센스 0%의 남자들이 패션리더가 되는 그날을 W는 기다린다.

박영주 SK마케팅앤컴퍼니 CP3본부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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