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4월 1일

‘돌쟁이’ 동아일보 군의 하루, “압수!” 하면 한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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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아일보입니다. 얼마 전 백 살이 되었지만 1921년 4월 1일에는 만 한 살 ‘돌쟁이’에 불과했죠. 사람은 몸이 쑥쑥 크면서 나이를 먹지만 저는 매일 새로 태어나면서 나이테가 늘어난답니다. 오늘은 99년 전 저의 하루를 소개할까 해요.

저는 흰 종이에 검은 글자를 찍은 단순한 겉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기자와 사원들의 끊이지 않는 이어달리기가 끝나야 한답니다. 먼저 글자, 즉 기사를 만들어야 하겠지요? 기사를 만드는 곳이 바로 편집국입니다. 아침마다 회의를 하고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지요. 편집국을 ‘재료 제조소’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이 곳은 오전에는 비교적 한가하지만 오후 1시가 지나면 전쟁터처럼 바뀝니다. 마감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죠. 마감이 안 되면 이어달리기는 출발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마감에 쫓기는 기자는 머리에 열이 나고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대고 전보를 전해주는 집배원도 꼬리를 물고 뛰어옵니다.

1921년 4월 1일자 3면에 실린 국내외 유명인사들. 당시 1년간 세계를 움직였던 23인이었다. 조사부가 사진과 설명을 준비해 제작했다.


조사부는 주로 자료 사진과 그림을 준비합니다. 외국 유명인사의 사진이나 이력을 평소에 준비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제공하죠. 조사부에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전보도 번역합니다. 충실하게 자료를 준비하려면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들여야 합니다.

편집국에서 기사가 완성되면 공장에서 납 활자를 뽑아내 판을 만들게 됩니다. 제 형태가 비로소 갖춰지는 곳입니다. 문선공 아저씨들은 원고를 보고 귀신같이 글자를 찾아냅니다. 숙달된 분들은 납 활자가 꽂혀있는 ‘케이스’는 보지도 않고 글자를 골라내죠. 그러다가 가끔 틀린 글자를 뽑기도 합니다. 제 얼굴에 남아 있는 흠집이죠. 납 활자는 73년 뒤인 1994년에 완전히 사라집니다. 컴퓨터를 활용한 제작방식(CTS)이 도입되거든요.

교정을 마친 납 활자는 신문 한 장의 모양을 만드는 정판과로 이동합니다. 참! 정판과에는 사진을 새긴 판도 함께 가요. 사진제판부에서 매일 찍은 사진을 구리나 아연판에 새겨주죠. 사진관에서는 일주일 뒤에나 사진을 찾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2시간 반이면 거뜬하게 사진을 볼 수 있어요. 면이 완성되면 인쇄공장으로 갑니다. 이제 제가 태어나기 직전의 단계죠. 우리 회사는 동양 최고의 마리노니 윤전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시간당 3만5000부를 찍어내죠. 저와 똑같은 쌍둥이들이 한 시간 만에 3만5000명 우르르 태어난다고 상상해 보세요.

1920년 7월 25일부터 가동된 마리노니 윤전기와 옆면 바퀴 그림. 최고 2000장 수준이었던 당시 평판 인쇄기를 압도하는 최첨단 윤전기였다.


하지만 저희는 함께 살 수 없는 운명입니다. 입양될 곳이 제각각 정해져 있거든요. 발송실에서는 직접 배달, 기차 우송, 우편 배송 등으로 저희를 나누고 행선지를 적은 종이를 붙입니다. ‘세우고 접고 뭉치고 동이고 펄펄 뛰어야’ 하는 일이죠. 저희를 실은 손수레가 기차역으로, 우편국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모습은 볼만했답니다. 하지만 총독부가 ‘압수!’를 외치는 순간 모든 게 물거품이 됩니다. 새 부모님을 만나기도 전에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죠.

제 얼굴에는 기사만 실리지는 않지요. 아랫부분에는 광고가 들어갑니다. 영업국에서는 광고지면을 채우기 위해 분주합니다. 배송을 처리하는 판매부도 바쁘답니다. 독자 명부를 일일이 만들고 이중 5000명에게는 우편 배송을 해야 하니까 얼마나 번거로웠을까요? 그런데 구독료를 제때 내지 않는 분들이 있었다고 해요. 수금 업무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죠.

제가 태어나서 독자들에게 도착하는 하루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또 하나 있답니다. 매일 제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점이지요. 박영효 전 사장, 양기탁 전 편집감독, 장덕준 기자, 이운 전 영업국장 등은 물론 많은 분들이 애를 써왔습니다. 동아일보라는 이름만 같을 뿐 항상 더 나은 얼굴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진 기자 leej@donga.com
기사입력일 : 2021년 01월 22일
東亞日報(동아일보)는
◇如何(여하)히 製作(제작)되는가◇

신문이라 하는 것은 어듸서 재료를 가저다가 엇더한 방법으로 엇더한 절차를 지내여서 만드러 가지고 엇더케 독자의게 발송이 되는가 그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날마다 신문을 대하시는 독자는 심상히 녁이실는지 알 수 업지마는 실상은 한 댱의 신문지가 독자의 손에 가기까지에는 여러 긔관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처서 모든 문명의 긔관을 리용하야 비로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 날마다 우리 신문을 애독하시는 독자는 우리 신문이 엇더케 되는 것인지 이것을 아시는 것도 한 흥미잇는 일이라. 이에 우리 신문의 제작하는 광경을 사진에 설명을 부처서 대개를 독자 제씨의게 보하고저 하는 바이라.

◇감사
우리는 창간 일주년을 당한 금일에 일반사회의 거록한 애호를 깁히 사례함은 무론이어니와 안으로는 우리 신문 창간 당시부터 성심으로 로력하든 인사로 금일에 신문사를 떠난 제씨의게 대하야 또한 감사하는 마음을 금치 못하는 바이라. 사진은 금일 이전에 우리 신문사를 떠난 제씨 중에 전 사댱 박영효 씨(올흔편 우) 전 편집감독 량긔탁 씨(올흔편 아래) 작년 가을 북간도의 병란에 종적을 모르게 된 론설반 긔자 댱덕준 씨(왼편 우) 전 영업국댱 리운 씨(왼편 아래)이며 기외 사진을 게재치 못한 제씨의게 대하야도 감사한 뜻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材料(재료) 製造所(제조소)
편 집 부
신문지를 만드는데 뎨일 먼저 활동하는 곳은 편집국이다. 이 편집국에는 매일 아츰에 긔자가 모혀서 그날의 신문긔사를 모흘 의론을 한 뒤에 밧갓 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각기 마튼 곳이나 필요한 곳으로 나가서 재료를 모하가지고 도라오며 안에 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글도 쓰고 각 디방에서 오는 통신도 수습하야 가지고 그날에 모흔 재료를 글로 쓴 후에 다시 뎨목을 부처서 채쟈하는 공장으로 보내여서 채자하야 온 것을 오자 락서가 잇는가 교뎡을 하며 신문에 게재되는 긔사는 무엇이던지 이곳에서 수습되는 법이라. 당일의 재료를 모으는 오전에는 그닥지 심하지 안치마는 오후 한 시가 지나면 분망하기가 실로 전장과 흡사하다. 뎡한 시각에 신문을 마츄고저 긔쟈의 활동이 극히 맹력한 중에 뎐화의 종소리는 끈일 사이가 업스며 뎐보를 가지고 달녀오는 톄전부가 뒤를 이어서는 광경이 매우 분주하다.

新聞(신문) 參謀部(참모부)
됴 사 부
여긔도 또한 편집국의 한 처소이니 위주하야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잇는 곳이다. 론설도 주필이 여긔서 쓰고 내외국 각 디망으로부터 드러오는 뎐보도 여긔서 번역을 하며 신문에 게재하는 그림도 여긔서 그린다. 그뿐 아니라 신문사의 모든 조사재료가 이곳에 감츄어 잇나니 서책과 사진과 기타 서류를 준비하야 무슨 일이 생기면 곳 그것을 리용하는 곳이라. 가령 엇더한 사람이 대신을 하얏다 하면 설합 속에서는 그 사람의 사진을 차저 내이며 조사문 부속에서는  그 사람의 이력이라던지 위인을 조사한 것을 상고하야 신문재료를 만드는 곳이니 큰 신문사에서는 이러한 긔관이 잇슴을 가장 자랑으로 녁이는 바이오 따라서 비용도 만히 드는 것이다. 오늘 신문에 게재된 세계 각국의 유명한 인물도 모다 평시에 각처로부터 수집하야 두엇던 바이다. 그럼으로 여긔 종사하는 사람은 항상 세상사람보다 먼저 매사에 주의를 하여야 한다.

原版(원판) 造作處(조작처)
문션공쟝
채자하는 공장에는 큰 글자 적은 글자 도합 여러 칭의 조선글자 한문글자 여러 십만자식을 차례로 분별하야 『케―스』이라는 홈통 잇는 목판에다가 끼여서 세워 노앗다가 편집국에서 나가는 긔사의 원고를 들고 공장원이 각기 마타가지고 원고에 쓰인 대로 주자를 뽀바내여서 판을 만드는 곳이니 각 사람이 급하게 흘녀쓴 글자를 뽀바 내이는 모양이 민텹한 것도 처음 보는 사람은 신통히 녁알 만하다. 그리하야 문선 식자한 것을 조각조각이 박여서 편집국에 가저다가 교뎡을 한 뒤에 잘못된 것은 다시 고처서 긔사 전톄가 다 된 뒤에는 신문지 한 면만콤 판을 짜아내이는 정판과가 또 잇다. 그리하야 날마다 신문에 게재되는 긔사이라던시 광고는 모도 다 이와 가치 손을 거치지 아니하면 안되며 또 이튼날 아츰에는 어제 만든 판을 허러서 각기 글자를 골나서 『케―스』의 졔자리에 도로 끼이는 것이 한 가지 일이다.

一週(일주)가 二時半(2시반)
사진졔판부
독자는 날마다 우리 신문에 나는 사진을 보실 것이다. 이 사진판을 만드는 것이 전부 사진제판부의 하는 일이다. 가령 남대문뎡거장에 유명한 사람이 도착한다 하면 사진기사는 뎡거장에 가서 그 도착하는 시각에 그 사람의 사진을 박여다가 사진을 만드러 가지고는 다시 여러 가지 긔계와 여러 가지 약품을 써서 구리이나 아연에다가 이 사진을 삭여서 판을 만드러 이것을 신문에 박게 하는 것인데 독자는 당일 잇슨 일이 그날 저녁 신문에 나는 것을 신긔하게 생각하시겟스나 보통 사진관에서 사진을 박으면 긔한이 일주일식 되는 것과 달나서 우리 동아일보사의 지금 설비한 것으로 말하면 사진을 박여다가 동판을 만드러 내이기까지 두 시간반이면 넉々하다. 그러나 이것은 금전과 로력을 앗기지 아니하는 일이닛가 그러하지 영업으로 하자면 도뎌히 되지 못할 일이다.

驚異(경이)의 輪轉機(윤전기)
인 쇄 공 장
인쇄긔계실은 신문을 인쇄하는 곳이니 아참부터 저녁까지 전톄 사원이 심력을 다하야 만드러 노은 신문지를 박아내이는 곳이라. 이 인쇄공장의 주인은 무론 륜뎐긔이다. 이 륜뎐긔라는 것은 조선에 잇는 수효가 오륙개에 지나지 아니하는 중에도 뎨일 신식이다. 륜뎐긔가 신문지 일만장 박이는 두루마지를 끌고 사백여개의 박휘가 눈에 보이지 안케 도라가며 한 시간에 능히 삼만오천 장의 신문을 박여 내이는 모양은 실로 장관이지마는 신문사 전톄가 왼종일 애를 써서 간신히 만드러 노흔 신문을 이 륜뎐긔에 시러놋코 뎐긔 고등 하나만 손가락으로 꼭 누르면 조곰도 힘들지 안케 긔관이 핑々 도라가는 모양이 도리혀 통사정 못하는 친구갓다. 사원의 활동을 마치고 대개는 도라간 뒤 신문사 안이 거의 종용할 때에 륜뎐긔 도라가는 소리는 신문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의게는 말할 수 업시 이상하게 귀를 울리운다.

奔走(분주)!敏捷(민첩)!
발 송 실
날마다 々々々――오늘이 어제 갓고 래일이 오늘가치 일년 열두달 삼백륙십오일에 하로도 수이는 날이 업는 우리 동아일보사에서 최종의 사무를 보는 사람은 우리 발송실 사람이다. 꾸며서 박아서 나오는 신문을 각기 독자의게 보내는 것이 발송실의 직무이다. 발송실의 사무로 말하면 날마다 신문을 인쇄하기 전에는 우편으로 신문을 보는 독자의게 보내는 신문지의 피봉지를 낫々히 정리하고 긔차편으로 각 지국 분국에 보내는 신문지를 싸는 조희에 일々히 것봉 글시를 쓰는 것이 실로 적지 아니한 일이며 긔계 도라가는 소리가 들리며 신문인쇄가 시작되기만 하면 이로부터 대활동이 시작된다. 한편에서는 긔차편으로 보내는 신문지를 싸며 한편으로는 우편으로 보내는 신문지에 것봉을 부치는데 긔어히 시간에 대이랴고 민텹히 활동하는 모양은 실로 은행에서 지전 세이는 사람으로는 명함도 못 듸린다.

最終(최종)의 大活動(대활동)
운 숑 차
세우고 접고 뭉치고 동이고 펄々 뛰면서 발송실에서 활동한 결과로 나오는 신문지는 각기 수레에 시러 가지고 정거장으로 우편국으로 달닌다. 아모조록 남의 신문보다 새소식을 하로라도 먼저 전하랴 하는 것이 우리 동아일보의 본지인 것은 이믜 세상에서 인뎡하는 바이어니와 사정이 이와 가튼 고로 정거장시간이나 우편국시간이 항상 비상히 촉박한 까닭으로 매일 인쇄공장으로부터 발송실의 사무가 처음 보는 사람이 놀날만콤 분주한 것은 다시 말할 것도 업거니와 정말 신문지를 수레에 실어가지고 정거장과 우편국으로 달리는 것이 큰일이다. 이것도 하로 한 번이면 어지간하겟지마는 경부선이니 경의선이니 경원선이니 각기 긔차시각을 대이노라고 또는 아모조록 우편시각에도 늣지 아니하도록 몃 차례식 애를 쓰는 그 고심은 독자의게 한 번 보고할 필요가 잇다. 그러나 한 번 압수만 당하는 날에는 『이십사시간 공부가 도루아미타불』

事業總本部(사업총본부)
영 업 국
영업국이라 하는 곳은 신문사의 살님을 하는 곳이다. 신문샤의 예산을 마타 가지고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경리부도 이곳에 잇스며 사원의 임면 상벌 등을 마타보며 서류의 발송 접수를 장리하는 서무부도 이곳이오 각처로부터 광고를 모아서 그 원고를 정리하고 수습하야 이것을 신문에 게재하며 또 각처 광고에 당한 일을 조사하고 연구하며 광고의 그림과 광고 내는 글을 만들고 광고를 내인 사람의게는 광고료를 밧는 여러 가지 광고사무를 마튼 광고부도 이곳이오 내외국 각처의 신문판매에 관계된 모든 사무를 마튼 판매부도 이곳이다. 편집국에서 긔사를 모아서 신문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과 공장에서 각기 마튼 대로 일을 하는 이외에 신문사의 모든 사무는 이곳에서 마타하는 곳이니 신문사의 편집국은 다른 사회와 다른 뎜이 만치마는 이곳은 다른 회사이나 관텽과 규모가 거의 갓다.

文簿都會廳(문부도회청)
판 매 부
영업국 중에도 판매부의 사무가 뎨일 호번하니 내외국 수백처의 지국이나 분국으로부터 매일 느러가는 신문에 대하야 통지가 오는대로 매일 이것을 정리하며 또 수만 명의 디방에서 우편으로 신문을 보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편지를 정리하고 여긔에 대하야 상관되는 문부를 처리하는데 위선 우편으로 신문 보는 독자의게는 한 사람에 대하야 한 댱의 문서가 잇서 각 도 각 군으로 구별을 하야 노앗슴으로 그것만 처리하야 가는 것도 여간 일이 아니다. 또 각 지국 분국에 관계되는 일은 한 곳마나 문부가 한 권식이오 매일 발송하는 편지만 수백댱이다. 사무가 이러케 호번함으로 약간이라도 사무를 간편히 하야 무슨 일이던지 속히 처리를 하여야 각 디방 독자에게 미안치 아니하겟슴으로 판매부원의 말이 『디방에서 신문 청구하시는 분은 반드시 선금을 보내시오. 선금 청구에 수고와 시일이 만히 걸님니다』

동아일보는
◇어떻게 제작되는가◇

신문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서 재료를 가져다가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절차를 거쳐서 만들어 가지고 어떻게 독자에게 발송되는가. 그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날마다 신문을 대하시는 독자는 예사롭게 여기실는지 알 수 없지만 실제로는 한 장의 신문지가 독자의 손에 가기까지에는 여러 기관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서 모든 문명의 기관을 이용하여 비로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날마다 우리 신문을 애독하시는 독자는 우리 신문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이것을 아는 것도 하나의 흥미 있는 일이다. 이에 우리 신문의 제작하는 광경을 사진에 설명을 붙여서 대강을 독자 여러분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이다.

◇감사
우리는 창간 1주년을 맞은 오늘에 일반사회의 거룩한 애호를 깊이 감사드림은 물론이고 안으로는 우리 신문 창간 당시부터 성심으로 노력하던 분으로 지금은 신문사를 떠난 여러분에게 대하여 또한 감사하는 마음을 참을 수 없는 바이다. 사진은 오늘 이전에 우리 신문사를 떠난 여러분 중에 전 사장 박영효 씨(오른쪽 위), 전 편집감독 양기탁 씨(오른쪽 아래), 작년 가을 북간도의 참변에 종적을 모르게 된 논설반 기자 장덕준 씨(왼쪽 위), 전 영업국장 이운 씨(왼쪽 아래)이며 그 외 사진을 싣지 못한 여러분에 대해서도 감사한 뜻을 억누를 수 없는 바이다.

재료 제작소
편집부
신문지를 만드는데 제일 먼저 활동하는 곳은 편집국이다. 이 편집국에는 매일 아침에 기자가 모여서 그날의 신문기사를 모을 회의를 한 뒤에 바깥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각자 맡은 곳이나 필요한 곳으로 나가서 취재감을 모아가지고 돌아온다. 안의 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글도 쓰고 각 지방에서 오는 통신도 정리하여 가지고 그날에 모은 취재거리를 글로 쓴 뒤에 다시 제목을 붙여서 채자하는 공장으로 보내서 채자하여 온 것을 오자, 낙서가 있는지 교정을 하며 신문에 게재되는 기사는 어느 것이든지 이곳에서 정리되는 법이다. 그날의 기사거리를 모으는 오전에는 그다지 심하지 않지만 오후 1시가 지나면 바쁘기가 참으로 전쟁터와 비슷하다. 정한 시각에 신문을 맞춰 내려고 기자의 활동이 극히 맹렬한 중에 전화 울리는 소리는 끊일 새가 없으며 전보를 가지고 뛰어오는 집배원이 꼬리를 물고 오는 광경이 매우 분주하다.

신문 참모부
조사부
여기도 또한 편집국의 한 곳이니 주로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다. 논설도 주필이 여기서 쓰고 내외국 각 지국망으로부터 들어오는 전보도 여기서 번역을 하며 신문에 게재하는 그림도 여기서 그린다. 그뿐만 아니라 신문사의 모든 조사재료가 이곳에 감추어 있으니 책과 사진과 기타 서류를 준비하여 무슨 일이 생기면 곧 그것을 이용하는 곳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장관이 되었다 하면 서랍 속에서는 그 사람의 사진을 찾아내며 조사문 부속에서는 그 사람의 이력이라든지 위인을 조사한 것을 검토하여 신문재료를 만드는 곳이니 큰 신문사에서는 이러한 부서가 있음을 가장 자랑으로 여기는 바이다. 따라서 비용도 많이 드는 것이다. 오늘 신문에 실린 세계 각국의 유명한 인물도 모두 평소 각지로부터 수집하여 두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항상 세상 사람보다 먼저 매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원판 제작부
문선공장
채자하는 공장에는 큰 글자 작은 글자 모두 여러 층의 조선글자 한문글자 수십만 자씩을 차례로 나눠넣은 『케이스』라는 홈통 있는 목판에다가 끼워 세워 놓았다가 편집국에서 나가는 기사의 원고를 들고 공장직원이 각기 맡아가지고 원고에 쓰여 있는 대로 주자를 뽑아내어 판을 만드는 곳이다. 각 사람이 급하게 흘려 쓴 글자를 뽑아내는 모양이 민첩한 것도 처음 보는 사람은 신통하게 여길 만하다. 그리하여 문선 식자한 것을 조각조각 찍어서 편집국에 가져다가 교정을 한 뒤에 잘못된 것은 다시 고쳐서 기사 전체가 다 된 뒤에는 신문지 한 면만큼 판을 짜는 정판과가 또 있다. 그리하여 날마다 신문에 실리는 기사라든지 광고는 모두 다 이와 같이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며 또 이튿날 아침에는 어제 만든 판을 헐어서 각기 글자를 골라 『케이스』의 제자리에 도로 끼우는 것이 하나의 일이다.

일주일이 2시간반
사진제판부
독자는 날마다 우리 신문에 나는 사진을 보실 것이다. 이 사진판을 만드는 것이 전부 사진제판부가 하는 일이다. 가령 남대문정거장에 유명한 사람이 도착한다고 하면 사진기자는 정거장에 가서 그 도착하는 시각에 그 사람의 사진을 찍어 사진을 만들어 가지고는 다시 여러 가지 기계와 여러 가지 약품을 써서 구리나 아연에다 이 사진을 새겨서 판을 만들어 이것을 신문에 찍어내게 된다. 독자는 당일 일어난 일이 그날 저녁 신문에 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시겠지만 보통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기한이 일주일씩 되는 것과 달라서 우리 동아일보사의 지금 설비로 말하면 사진을 찍어다가 동판을 만들어 내기까지 두시간반이면 넉넉하다. 그러나 이것은 금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일이니까 그렇지 영업으로 한다고 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놀랄만한 윤전기
인쇄공장
인쇄기계실은 신문을 인쇄하는 곳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체 사원이 온힘을 다해서 만들어 놓은 신문지를 찍어내는 곳이다. 이 인쇄공장의 주인은 물론 윤전기이다. 이 윤전기라는 것은 조선에 있는 대수가 5, 6개에 지나지 아니한 가운데서도 가장 신식이다. 윤전기가 신문지 1만부 찍는 두루마리종이를 끌고 400여개의 바퀴가 눈에 보이지 않게 돌아가며 한 시간에 쉽게 3만5000부의 신문을 찍어내는 모양은 실로 장관이지만 신문사 전체가 온종일 애를 써서 간신히 만들어 놓은 신문을 이 윤전기에 실어놓고 전기 단추 하나만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조금도 힘들지 않게 기관이 핑핑 돌아가는 모양이 도리어 통사정 못하는 친구 같다. 사원들이 일을 마치고 대개는 퇴근한 뒤 신문사 안이 거의 조용할 때에 윤전기 돌아가는 소리는 신문사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이 이상하게 귓전을 울린다.

분주! 민첩!
발송실
날마다 날마다 ――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같이 1년 12달 365일에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우리 동아일보사에서 최종의 사무를 보는 사람은 우리 발송실 사람이다. 기사를 써서 찍어 나오는 신문을 각각의 독자에게 보내는 것이 발송실의 직무이다. 발송실의 사무로 말하면 날마다 신문을 인쇄하기 전에는 우편을 신문을 보는 독자에게 보내는 신문지의 피봉지를 낱낱이 정리하고 기차 편으로 각 지국 분국에 보내는 신문지를 싸서 종이에 일일이 겉봉 글씨를 쓰는 것이 실로 적지 않은 일이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신문인쇄가 시작되기만 하면 이로부터 대대적 활동이 시작된다. 한편에서는 기차 편으로 보내는 신문지를 싸고 한편으로는 우편으로 보내는 신문지에 겉봉을 붙이는데 기어이 시간에 대려고 민첩히 활동하는 모습은 실로 은행에서 지폐 세는 사람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최종의 대활동
운송차
세우고 접고 뭉치고 동이고 펄펄 뛰면서 발송실에서 활동한 결과로 나오는 신문지는 각기 수레에 실어서 정거장으로, 우편국으로 달린다. 아무쪼록 다른 신문보다 새소식을 하루라도 먼저 전하려고 하는 것이 우리 동아일보의 참뜻인 것은 이미 세상에서 인정하는 것이고 사정이 이와 같으므로 정거장 시간이나 우편국 시간이 항상 매우 촉박하기 때문에 매일 인쇄공장으로부터 발송실의 사무가 처음 보는 사람이 놀랄 만큼 분주한 것은 다시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말 신문지를 수레에 실어가지고 정거장과 우편국으로 달리는 것이 큰일이다. 이것도 하루 한 번이면 어지간하겠지만 경부선이니 경의선이니 경원선이니 각각 기차시각에 맞추느라고 또는 아무쪼록 우편시각에도 늦지 않도록 몇 차례씩 애를 쓰는 그 고심은 독자에게 한 번 보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 번 압수만 당하는 날에는 『24시간 공부가 도로아미타불』

사업총본부
영업국
영업국이라 하는 곳은 신문사의 살림을 하는 곳이다. 신문사의 예산을 맡아가지고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경리부도 이 곳에 있으며 사원의 임면, 상벌 등을 맡아보며 서류의 발송, 접수를 관장하는 서무부도 이 곳이고 각 곳으로부터 광고를 모아서 그 원고를 정리하고 수습하여 이것을 신문에 싣고 또 각처 광고에 낼 일을 조사하고 연구하며 광고의 그림과 광고 내는 글을 만들고 광고를 낸 사람에게는 광고료를 받는 여러 가지 광고사무를 맡은 광고부도 이 곳이며 내외국 각처의 신문판매에 관련된 모든 사무를 맡은 판매부도 이 곳에 있다. 편집국에서 기사를 모아서 신문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과 공장에서 각기 맡은 대로 일을 하는 이외에 신문사의 모든 업무는 이곳에서 맡아하므로 신문사의 편집국은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 많지만 이 곳은 다른 회사나 관청과 규모가 거의 같다.

문부도회청
판매부
영업국 중에도 판매부 업무가 가장 많으니 내외국 수백 곳의 지국이나 분국으로부터 매일 늘어가는 신문에 대하여 통보가 오는 대로 매일 이것을 정리하며 또 수만 명의 지방에서 우편으로 신문을 보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편지를 정리하고 여기에 대하여 관련되는 문부를 처리한다. 우선 우편으로 신문 보는 독자에게는 한 사람에 대하여 한 장의 문서가 있어서 각 도 각 군으로 나눠 놓았으므로 그것만 처리하여 가는 것도 여간 일이 아니다. 또 각 지국 분국에 관계되는 일은 한 곳마다 문부가 한 권씩이고 매일 발송하는 편지만 수백 장이다. 사무가 이렇게 번잡하므로 조금이라도 사무를 간편하게 해서 무슨 일이든지 빨리 처리를 하여야 각 지방 독자에게 미안하지 않겠으므로 판매부원의 말이 『지방에서 신문 청구하시는 분은 반드시 선금을 보내시오. 선금 청구에 수고에 시일이 많이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