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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제 국민을 주거난민 만드는 ‘약탈 정권’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11-20 15:21수정 2020-11-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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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는 ‘물고기를 잡아 오라면 물을 퍼낸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성실하고 우직한 공직자라는 칭찬이다. 국무조정실장 시절 모셨던 까칠한 총리가 경제부총리로 천거했을 정도다.

윗분을 모시던 때와 지금은 달라야 한다. 연못을 살펴본 뒤 “물고기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경제수장이다. 바닥까지 파내고도 붕어가 없자 가재나 개구리를 잡아 와서는 용이라고 우기면, 본인이야 벼슬자리 지켜 좋겠으나 국민이 고생한다.

19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전세 공급 물량을 조속히 확대해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한 홍남기가 딱 그 짝이었다. “임대차3법으로 새로 집을 구하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는 했지만 그러고도 지구 반대편 바다에 닿을 때까지 연못을 파낼 태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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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남기부터 모텔에서 평생 월세 살든가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요구권) 전격 시행으로 전세대란이 불붙었다. 전세 물량이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홍남기의 집 세입자도 돌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일국의 경제부총리가 길바닥에 나앉을 뻔했다는 후문이다. 책상머리 정책의 부작용을 온몸으로 겪었으면, 부총리는 제 목을 걸고 당정청을 설득해 임대차3법 전면 보완 같은 정책 전환을 해냈어야 마땅했다.

정부가 19일 24번째로 발표한 부동산정책은 지금껏 임대 안 된 빌라, 문 닫게 생긴 모텔 등을 끌어모아 2년 내 11만4000채를 공공임대로 공급한다는 골자다. 그중 아파트는 25%에 불과하다(서울은 10%). 전세로 들어갈 아파트가 없어 이 난리가 벌어졌는데 문재인 정권은 제 국민을 변두리 빌라나 싱크대 붙여 개조한 모텔에서 월세 살라고 등 떠미는 형국이다. 그러니 부총리가 야당 의원한테 “호텔 전셋집에 먼저 입주할 의향이 있느냐” 조롱이나 받는 거다.

문 정권의 장기가 결코 잘못을 인정 안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는 “임대차3법은 집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사회적 합의로 이룬 소중한 성과”라고 자랑을 했다. 그럼 언제는 집이 짐승 사는 곳이던가? 여야 토론 한 번 없이 저희들끼리 뚝딱 처리해놓고 ‘사회적 합의’를 했다니, 이런 게 바로 가짜뉴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동아일보 DB


● 정부의 부동산 가짜뉴스에 속지 마시라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야말로 문 정권의 큰 병이다. 대통령정책실장 김상조는 “과거 전세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7개월 정도 과도기적 불안정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좀 지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했다. 국민을 현혹하는 가짜뉴스다. 1989년 임대차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전세가격지수가 즉각 12.48~13.29%(1990년 1월=100기준) 올랐다가 점차 0.5%포인트 내려간 건 사실이되, 이는 ‘주택 200만호 건설’이라는 공급확대정책이 있어 가능했음을 쏙 빼놓고 말한 것이다.

1991년 주택건설은 61만 채로 88년 31만 채의 두 배였다. 전셋값은 시차를 두고 집값을 따라간다. 공급이 확대돼 집값이 안정되면 전세시장도 평화로워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가 2016년 실증연구 용역을 통해 밝혀낸 사실이고, 이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9월 국토연구원 보고서에도 나온다. 심지어 “계약갱신요구권은 집값이 하락할 때(콜드마켓) 도입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는 상황에 덜컥 임대차3법을 도입해 부작용을 극대화시켰다. 계약갱신요구권으로 눌러앉는 임차인이 나오면서 그 집에 못 들어가 헤매는 주거 난민이 생겨나고, 계약 분쟁에, 뜻하지 않은 합가(合家) 또는 분가(分家)로 인한 갈등까지 연쇄적으로 겹쳐지면서 지금 전국이 거의 내전 상태다. 고의로 국민을 갈라쳐 내전을 일으키고 급기야 난민으로 떠돌게 만든 중동의 어느 독재자를 연상시킨다.

동아일보 DB


● 역효과를 극대화시킨 文 부동산정책
폭정(暴政)을 자행하는 그들처럼, 문 대통령도 언론의 비판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진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부동산 관련 학술논문을 찾아봤다. “부동산정책은 자신 있다”는 문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올해 나온 부동산 논문만 봐도 정책마다 역효과가 났다는 결론이 수두룩했다.

공급 억제는 물론 수요도 억제하는 게 문 정권의 부동산정책이다. 문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조정대상지역, 규제지역을 확대 강화했는데 효과는 지정 즉시 나타났다. 집값을 안정시킨 게 아니라 상승시킨 것이다(성주한, 김선주 ‘규제지역지정의 주택가격 효과’). 특히 이명박 정부 때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 집값이 올랐다가도 내려갔지만 문 정권은 계속 집값을 상승시키는 ‘미다스의 손’이었다(정부는 19일 경기 김포,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 수성구 등 7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기습 지정했다. 귀추가 주목된다).

세금폭탄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조세 강화정책 역시 되레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을 불렀다(장현우, 최민섭 ‘정부의 주택정책과 시장특성이 주택구매의향에 미치는 영향 연구’). 정부가 개입할수록 집값은 더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있는 데다 조세부담분이 집값에 가중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양도소득세 강화는 강남3구의 매매거래량을 줄이고 증여를 늘렸으며 집값도 올려놓는 괴력을 발휘했다(오예성, 이호진, 황세진 ‘주택 양도소득세의 동결효과에 관한 연구’).

● 세금폭탄은 재산몰수나 마찬가지다
그러고도 성이 안 찼는지 집권당은 8월 초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취득세를 강화하는 부동산법안 11건을 자기들끼리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태어나서 한 번도 부동산투기 해본 적 없고, 가진 건 달랑 집 한 채뿐인 선량한 시민에게도 세금폭탄이 쏟아질 판이다. 홍남기처럼 죽을 때까지 공무원연금 받는 사람들은 세금 겁나지 않겠지만 민간인은 다르다. 결국 집 팔아서 세금 내야 하는데 국민이 감당 못할 세금은 재산 몰수나 다름없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중국 대륙을 통일한 뒤 외국인에게 살인적 세금을 매겨 맨몸으로 중국을 떠나게 만들었다.

제 손으로 1000원 한 장 벌어본 적 없이 ‘운동’만 하다 권력을 잡은 그들은 보통 사람에게 내 집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것이다. 젊을 때 ‘주거 사다리’를 타고 월세에서 전세로, 방 한 칸에서 두 칸으로 늘려가며 키워온 내 집은, 정말이지 죽을 때까지 나를 지켜 줄 것 같은 나의 노후 동반자다.

그래서 연금 탄탄하고 정부 신뢰가 두터운 일본에선 고령화로 주택경기가 침체해 빈집이 속출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고령화가 외려 수도권 집값을 상승시키는 거다(안제욱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고령화를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 때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은 지난여름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 폭락할 테니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 했다. 죽창을 들 때는 언제고 부동산에선 일본을 따라가고 싶은가.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창문에 붙은 ‘정부 정책 OUT(아웃)’ 포스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 명의의 이 포스터에는 ‘부동산 가격폭등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동아일보 DB


● 집값 올린 좌파집권, 국민이 응징했다
정권 유지를 위해 계속 돈을 뿌려야 할 문 정권으로선 세수 확보가 절실할 터다. ‘토착왜구’의 재산몰수는 적폐청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직을 운동권 패거리로 채워 국고를 나눠 먹는 것도 모자라 혈세로 국민을 뜯어먹는 정부는 약탈정권(kleptocracy)이다.

집값 상승도 보수정당 집권 때는 선거에 별 영향을 못 미치지만 좌파집권 때는 투표로 집권당을 응징한다는 연구가 있다(김지혜, 권혁용 ‘아파트 가격 상승과 집권당 지지:2006~2018년 지방선거 분석’).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올려놓고 세금폭탄 때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패했고, 그러고도 정책 전환 없이 국민과 싸우다 정권을 잃었다. 문 정권이 지금 정확히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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