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2인전 ‘어긋난 파동, 흔들리는 시간’에 설치된 카밀 노먼트 작가의 ‘플렉서스(리좀) 서울’. 예측 가능한 질서에서 벗어난 소리와 진동을 통해 ‘노이즈’가 갖는 잠재적 가능성을 재조명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제공
신경망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삼나무 구조물. 화음도 불협화음도 아닌 여러 성부의 허밍이 전시실을 메웠다. 구조물 위에 걸터앉자, 허밍에 맞춰 변화하는 진동이 몸을 울렸다. 태풍에 무너진 숲처럼 보이던 전시실에서 생명력이 느껴졌다.
22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한 2인전 ‘어긋난 파동, 흔들리는 시간’엔 대형 설치미술 ‘플렉서스(리좀) 서울’이 설치돼 있다. 주파수와 불협화음 등 통상 ‘음악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소리를 재료 삼아 서로 낯선 관객들을 파동으로 연결한 작품. 제목인 리좀(rhyzome)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위계 없이 다중적으로 연결돼 의미를 만드는 구조를 가리킨다.
이번 전시는 ‘노이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흔히 불규칙성이나 예상 밖 변수는 제거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새로운 의미와 관계가 생겨날 틈이 될 수도 있다고 본 것. ‘플렉서스(리좀) 서울’을 만든 노르웨이 출신 작가 카밀 노먼트는 아르코미술관 고유의 ‘잡음’인 주파수를 측정한 뒤, 그에 맞는 허밍과 진동을 소프트웨어가 무작위 생성하도록 설계했다.
노먼트 작가는 20일 미술관에서 열린 공개회에서 “진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부터 거대한 행성에 이르는 모든 존재를 상호 연결하며 힘을 발산하는 에너지 그 자체”라고 밝혔다. 이어 “전시 기간에는 매분 매초 다른 소리와 진동이 생성될 예정”이라며 “무언가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성장하며, 형태를 재구성하는 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출품작인 ‘동시’ 연작은 노이즈 없는 완성본을 ‘불완전한 것’으로 본다. 전시실에서 동시 재생되는 7종의 영상은 서로 다른 직군의 영화계 종사자가 1명씩 등장해 영화 제작 현실, 소회 등을 끊임없이 얘기한다. 관객은 어느 한 화면에 눈과 귀를 고정하려 해보지만, 나머지 영상들이 섞여 만들어진 잡음 때문에 몰입이 쉽지 않다. 설령 노이즈를 무시하는 데 성공해도, 다른 직군의 이야기를 놓쳤으니 ‘한 편의 영화’는 완성되기 어렵다.
이를 만든 오민 작가는 “작품을 관람하는 방식과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이 ‘답을 모른 채 수많은 결정을 내리며 살아가는 우리 일상’과 닮았다”고 했다. 그에게 촬영 현장은 여러 사람과 기계가 제각각 노이즈를 만들며 촉박하게 돌아가는 장소이고, 감독은 그 한복판에서 결과도 모르고 오케이를 외쳐야 하는 사람이다. 작가의 말처럼 “어떤 쇼트가 만들어진 이유를 사후에 발견해 가는 과정”이 삶일지도 모른다. 7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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