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사망 사이 관련성 인정돼도
사업주 과실-위법 단정하기 어려워
“야간 근무-휴식 제도적 정비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3년간 과로사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근로자가 663명에 달했지만 이와 관련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로사는 지병, 생활 습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사업주 과실을 단정하는 게 쉽지 않지만, 사업주 처벌 수위가 약해 근로 환경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국회부의장)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2월까지 과로사 추정 산재 신청 건수는 1992건이다. 최근에도 런던베이글뮤지엄 직원과 쿠팡 새벽 배송 기사 사망 등이 잇따랐다. 이 중 산재로 인정된 건수는 663건(33.3%)으로, 신청자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산재 승인은 과중한 업무량이나 장시간 근로가 사망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하지만 산재 승인에서 근로자의 사망 원인이 과로사로 인정을 받아도 업무를 지시한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산재 승인 663건 중 사업주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례는 0건이다.
추락이나 끼임 등 사고성 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라 즉각적인 수사와 처벌이 진행된다. 반면 과로사는 초과 근로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도 사망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지는 않다. 단순히 초과 근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로사와의 인과관계가 성립되거나 사업주의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로사의 주요 원인인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지병, 생활 습관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업주만의 책임을 단정하는 게 쉽지 않다.
노동부는 과로사 추정 사건 조사 과정에서 주 52시간 초과 여부 등 기본적인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은 함께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는 법정 근로시간 한도를 넘겼는지, 이에 따른 수당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등을 살피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근로감독관 경험이 많은 노동부 관계자는 “과로사 추정 산재의 경우 사업주의 근로기준법 위반이 과로사로 이어졌다는 부분을 입증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사업주들은 과도한 업무로 근로자가 숨져도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로사는 야간 근무나 불규칙한 근무를 할 때 많이 발생하는데, 야간 근무에 대한 규제와 규율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휴게 시간이나 최장 근로시간 등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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