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받는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6.05.22. [서울=뉴시스]
윤석열 정부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불법으로 예산을 전용한 혐의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이 22일 구속됐다. 이들은 관저 이전 공사를 담당한 업체 21그램에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그 업무와 무관한 행정안전부에서 약 28억 원의 예산을 불법으로 가져다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본격화된 한남동 관저 이전은 최고 보안시설인 대통령 관저를 고치는 작업이었다. 자격을 갖춘 업체를 법 절차에 따라 선정한 뒤 공사를 진행했어야 마땅하다. 당초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중견 종합건설업체에 맡기기로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개입해 시공업체를 21그램으로 바꾸면서 사달이 나기 시작했다.
이 업체는 2021년 매출액이 28억 원 남짓에 불과할 만큼 규모가 작고 실내건축업 면허만 있어 증축 공사 등을 할 수 없다. 21그램 대표 김모 씨는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전시회를 후원하고 사무실 공사를 담당하는 등 김 여사와 친분이 깊다. 업체 선정 배경에 김 여사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무를 담당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도 ‘김 여사가 고른 업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업체 선정 이후 과정도 주먹구구식이었다. 정부의 당초 예산은 14억여 원이었는데, 21그램은 설계도면도 없이 대통령실에 ‘41억여 원 소요’라는 견적서를 냈다. 비서실은 별 조치 없이 계약을 맺었고, 공사 후엔 준공검사를 생략한 채 대금을 지급했다. 행안부 공무원들이 “차라리 인사 조치를 해달라”며 예산 전용에 반발했는데도 대통령실이 이를 묵살하고 슬그머니 행안부 예비비에서 충당했다.
윤 전 비서관이 행안부 측에 “기획재정부 정리 완료”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예산 집행이 이뤄진 사실도 밝혀졌다. 대통령실이 기재부, 행안부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온갖 무원칙과 불법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윤석열 정부의 국정은 관저 이전에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리스크’였던 ‘V0의 전횡’도 이때 막이 오른 셈이다. 관저 이전을 둘러싼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 앞으로 출범하는 모든 정권이 타산지석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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