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시장 진입조차 못 하는 ‘장백청’ 22년 만에 최대

  • 동아일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환경산업 일자리박람회를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2026.05.19. [서울=뉴시스]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환경산업 일자리박람회를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2026.05.19. [서울=뉴시스]
회복세를 보이는 고용 지표 뒤에 가려진 ‘장기 실업’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구직 기간이 6개월을 넘긴 장기 실업자는 지난달 10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 명이나 늘었다. 특히 전체 실업자에서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로, 2004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체 실업자와 3개월 미만 단기 실업자는 줄어 고용 지표가 좋아졌다는 착시를 일으키고 있지만, 한번 일자리를 잃거나 구직에 실패하면 좀처럼 실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고용 시장의 질적 악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더 뼈아픈 것은 장기 실업의 늪에 갇힌 이들의 절반 이상인 56.5%가 20, 30대라는 사실이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의 고용 부진은 위험한 수준이다. 청년층 고용률은 정점이었던 4년 전보다 4.1%포인트나 하락한 43.7%까지 떨어졌다. 60세 이상 고용률(47.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일자리를 얻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야 할 청년들이 사회 진출의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이른바 ‘장백청(장기 백수 청년)’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노동 시장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경기 부진이 맞물려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도입되면서 그동안 신입 사원들이 주로 맡아오던 단순·사무 업무가 빠르게 AI로 대체되고 있다. 고용의 핵심 축인 제조·건설업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고, 기업들은 신입 공채 대신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위주의 수시 채용으로 돌아섰다. 일자리 생태계 자체가 갓 학교를 마친 청년들의 도전을 거부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응집된 결과다. 정부는 직업 훈련 과정을 늘리고 구직 수당을 지급하는 등 ‘청년 뉴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런 단기 처방만으론 구조적 고용 절벽을 넘기엔 부족하다. AI 도입 등 달라진 고용 생태계에 걸맞은 맞춤형 교육·훈련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끊어진 일자리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이야말로 국가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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