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공과대(IIT) 같은 최상위권 공대 진학을 원하는 인도 고교생들이 11, 12학년(한국의 고2, 고3에 해당) 때 집중적으로 배우는 과목이 미적분이다. 11학년에 미적분 기초를 시작해 12학년에는 수학과목 평가 비중의 40∼45%가 미적분 등 고등수학이다.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CEO)와 핵심 엔지니어 중에는 인도인들이 넘쳐난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이공계 대학 1학년 수준의 미적분, 기하학 공부를 끝낼 정도로 수준 높은 수학 교육에서 그 비결을 찾는 이들이 많다.
▷서울대가 올해 자연계열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른 수학 특별시험 결과 ‘기초수학’반에 배정된 학생 비율이 25%로 4년 전(12%)의 갑절로 늘었다. 기초수학은 학생을 수준별로 4단계로 나눴을 때 아래서 두 번째 단계로, 일반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을 위한 보충 과정이다. 서울대 이공계열 학생임에도 4명 중 1명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수학 실력이 달리는 것이다. 최상위반인 ‘고급수학’ 수강자 비율은 4년 전 18%에서 올해 9%로 반 토막 났다.
▷대학 신입생 수학 실력 하락의 원인으로 4년 전인 2022학년도에 도입된 문·이과 통합 수학능력시험이 지목된다. 수능에서 미적분·확률과 통계·기하 중 일부 과목만 선택해도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대도 정시에선 미적분과 기하 중 하나만 선택하면 지원할 수 있고, 수시에선 미적분·기하가 필수과목이 아닌 권장과목이다. 이과생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까지 겹쳐 수학·과학 교육의 깊이와 폭이 모두 줄었다.
▷이달 7일 시행된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심화수학인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은 32%로 6년 새 최저로 떨어졌다. 특히 미적분 응시 비율은 통합수능 도입 이후 처음으로 30% 밑으로 내려갔다. 과탐 응시 비율(22%)도 5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2028학년도부터는 수학과 과탐에서 선택과목이 아예 사라지고 심화수학이 수능 출제 범위에서 빠지기 때문에 이과 과목 학력 저하는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재 부족에 허덕이는 한국 벤처기업들 중 인도 개발자를 ‘원격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IT 등 최상위 공대 출신에, 영어로 소통 가능한 AI 개발자를 한국 인재의 절반 이하 인건비로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컴퓨터, 로봇 같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언어’인 미적분·기하학 지식은 한국 인재보다 평균적으로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역대 정부가 과도한 입시 부담을 줄이겠다며 수학·과학의 입시 문턱을 낮춘 결과가 장차 첨단 산업에서 우리 청년들의 전문직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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