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창고형 매장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약국을 중심으로 일반 의약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흔하다. 그 대신 약품 성분 등에 따라 구체적인 판매 기준을 마련해 오남용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호주와 미국, 일본 등이 대형 매장에서 의약품 판매가 허용되는 대표적인 국가다. 호주의 ‘케미스트 웨어하우스’는 창고형 약국의 원조이자,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뉴질랜드, 중국 등 해외에도 진출해 있다. 이들 국가는 ‘박리다매’로 소비자 편익을 높이면서도, 복약 지도와 판매량 제한 등 까다로운 관리·감독 체계를 갖춰 소비자 안전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과다 복용 시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큰 ‘약사 전용 의약품’을 계산대 뒤에 따로 보관한다. 이런 약품들은 약사와 상담을 거쳐야 구매할 수 있다. 일부 의약품은 신분증 확인과 구매 이력 추적을 의무화하고 있다. 가령 감기약에 포함된 슈도에페드린 성분은 화학적으로 변형하면 마약류 제조에 악용될 수 있어 유통을 엄격히 관리한다. 신분증 제시 후 1인당 1팩만 구매할 수 있고, 여러 약국에서 중복 구매를 시도할 경우 전산망을 통해 판매가 차단된다.
미국은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 약국과 대형마트, 슈퍼마켓에서 일반 의약품 판매가 보편화돼 있다. 그러나 감기약, 진통제 등 오남용 우려가 큰 제품은 신분증 확인, 구매 기록 등록 등을 거쳐 제한적으로 판매한다. 1회 또는 1개월당 구매량도 제한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성분에 따라 판매 대상과 용량, 포장지의 경고 문구도 엄격히 관리한다. 특히 일부 의약품은 약사 상담과 복약 지도를 의무화했다.
일본도 주로 프랜차이즈 약국 등에서 일반 의약품을 구입한다. 그 대신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 의약품을 위험도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눠, 호흡기 질환 약 등 1등급 의약품은 약사와 대면 상담을 통해서만 판매한다. 일부 의약품은 소비자가 직접 꺼낼 수 없는 곳에 진열하고, 복약 지도 및 부작용 안내도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창고형 약국의 판매 품목, 복약 지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처럼 소비자 편익과 약물 오남용 방지의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충족할 수 있는 법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창고형과 동네 약국이 공존할 수 있는 제도 설계도 필요하다.
강대원 고려대 약대 연구교수는 “해외에서는 대형 약국을 허용하되, 민감 성분 구매 제한과 상담 의무 같은 안전장치를 함께 두고 있다”며 “창고형 약국의 복약 지도와 안전 관리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약학회장을 지낸 정세영 전북대병원 석좌교수는 “건강 취약층에게는 일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도 과다·중복 복용 시 위험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의약품과 함께 먹지 말아야 할 건기식 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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