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들 ‘조류 있다’ 대화…사고 여객기 양쪽 엔진서 가창오리 깃털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5일 16시 02분


무안 제주항공 참사 첫 조사결과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2·29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블랙박스 2대의 작동이 중단되기 전 조종사들이 ‘조류가 있다’는 대화를 나눈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무안공항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여객기가 복행하던 중 조류와 충돌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여객기의 양쪽 엔진 속에서는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무안공항에서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첫 현장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조위는 이날 사고 발생 전후 상황을 초 단위로 정리해 공개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사고기는 사고 당일 오전 8시 54분 43초경 착륙하기 위해 무안공항 관제탑과 최초로 교신했다. 관제탑은 활주로 01 방향으로 착륙을 허가했다.

오전 8시 57분 50초경 사고기는 관제사로부터 조류 충돌 경고를 받았다. 이어 오전 8시 58분 11초경 조종사들은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 이로부터 39초 지난 8시58분 50초경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가 동시에 작동을 멈췄다.

조종사가 관제탑에 조류충돌을 언급하며 ‘메이데이’(긴급구조신호)를 선언한 시점은 CVR 기록으로 계산한 것을 토대로 오전 8시 58분 56초경이다. 이후 사고기는 활주로 19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랜딩기어(바퀴)가 내려오지 않자 동체 착륙을 시도했고, 활주로 위를 미끄러지다가 오전 9시 2분 57초경 활주로 바깥에 있는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와 충돌했다.

사조위 관계자는 “사고기의 운항상황 및 외부영향, 기체‧엔진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FDR, CVR 등의 블랙박스와 관제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 중”이라며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사조위는 무안공항 CCTV 영상에서 사고기가 복행하던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도 밝혔다.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는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사조위가 국내전문기관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해당 깃털과 혈흔은 가창오리의 것으로 파악됐다. 가창오리는 겨울철 무안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철새로, 무안 갯벌과 습지에 주로 서식한다.

다만 사조위 관계자는 “현재 발견된 시료로는 조류 개체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 포함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엔진상태 확인 및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분해검사를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조위는 잔해 정밀 조사, 블랙박스 분석, 비행기록문서 확인, 증인 인터뷰 등 항공기 운항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분석을 수행할 예정이다. 사고조사 과정에서 긴급한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경우 즉시 항공사 등에 안전권고를 발행할 계획이다.

또 보다 전문적인 조사 및 분석이 필요한 로컬라이저 둔덕 및 조류 영향에 대한 부분은 별도의 용역을 통해 연구할 계획이다.

사조위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운항·정비 등 각 그룹별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세부 사항을 면밀히 분석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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