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기르기보다는 공직사회의 영리한 무능을 익히는 데 탁월하다.”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서기관 출신의 저자가 공직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저자는 대학 졸업 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문체부 사무관으로 2013년부터 약 10년을 근무했다. 이후 서기관으로 승진하며 축하를 받은 것도 잠시. 곧 사표를 던져 주변을 놀라게 했다.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기보단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항상 바쁘기만 한” 공직사회에 염증을 느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신간은 저자가 문체부 근무 시 겪었던 다양한 이슈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려 했는지를 상세하게 전한다. 동시대 회사원들의 고충만큼이나 생생하다. 여러 일화를 들여다보면 그가 어떤 고민 끝에 환멸을 느꼈는지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 팬들을 분노케 한 ‘호날두 노쇼’ 사건 당시 저자는 실무자로 논란을 수습하려다가 되레 국회 보좌진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때는 저자가 “운 좋게” 군 복무 중이라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법한 지시는 늘 있지만 늘 운이 좋을 순 없다”며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정부의 ‘과잉 홍보’ 지침으로 그럴듯한 면피성 영상 홍보물을 내놓았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부처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혼선을 겪는 어려움도 토로한다. 한글 사용을 강조했던 전 장관과 눈에 띄는 홍보 문구를 위해 외국어 사용도 장려했던 차기 장관 사이에서 실무자들은 갈팡질팡한다. 보고서에 “신한류” “누리 소통 매체(소셜미디어)”라는 표현을 쓰던 공무원이 장관 교체 뒤 “K-챗GPT” 같은 정체불명의 용어를 사용한 일화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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