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나무들/최정은 글, 박경민 그림/34쪽·1만6800원·그린탠저린
◇내 사랑 조카/박현정 지음/308쪽·1만9000원·목수책방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마음을 그림으로 담은 책 두 권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다. 한 권은 의료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조카를 함께 돌보는 고모가 직접 쓰고 그렸다. 다른 한 권은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를 발달장애를 가진 그림 작가가 그렸다.
‘내 사랑 조카’는 조카를 위해 그림을 배우기로 결심한 고모의 이야기부터 마음을 휘젓는다. 고모는 “무엇을 그리고 싶냐”는 강사의 질문에 “조카를 그리고 싶다”고 말한 뒤 펑펑 눈물을 쏟는다. 이후 매주 조카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기 시작했다.
그림 속에서 조카는 코에 달린 줄로 우유를 먹는다. 배 속에 있을 때 산소가 잘 전달되지 않아 뇌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콧줄은 물론 산소포화도 측정기, 흡인기 등 의료 기기를 달고 일상을 살아간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소아 중환자실로 직행해 가족의 마음을 졸이게 했지만, 여러 힘겨운 치료를 버텨내며 소중한 존재로 자라난다. 책에는 조카의 성장 과정, 그리고 그 사이사이 ‘나’의 모습을 관찰한 자화상을 담고 있다.
조카를 돌보는 고모는 누군가 ‘이젠 네 인생을 살라’고 하거나, 조카의 안부를 묻다가 “어디가 좋아졌어? 말해? 먹어? 걸어?”라고 하면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해 막막함을 느꼈다고 한다.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울 복잡한 사정과 감정들 때문이다. 고모는 그 속내를 도화지에 풀어놓으며 “조카를 돌보는 일이 사실은 나를 돌본 것”임을 깨닫는다. ‘내 사랑 조카’를 스스로 “상부상조 성장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아기나무들’은 또 다른 상부상조 성장기라 할 수 있다. 발달장애 작가가 영등포에 살고 있는 두 엄마의 이야기를 하나의 가상 이야기로 엮은 다음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이 참가한 ‘당신의 영등포를 그림책으로 만들어 드립니다’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그림책은 쌍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한 명을 안아주며 한 눈으로는 다른 아이를 보고 있었던’ 기분, 어떨 땐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에게 미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경험, 어느덧 부쩍 큰 아이를 보며 느끼는 뿌듯한 감정 등이 담겼다. 아이를 키워 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는 이런 장면들을 먼저 선으로 그은 다음 각 구역을 크레파스로 마음껏 색칠해 나간다. 두 책 모두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나가는 따스함이 한 장 한 장 깊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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