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 뭔가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말하면 “그거 한때의 재미야” 또는 “네가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래”라며 하면 안 되는 이유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다. 대화는 기승전 ‘네가 지금 해야 할 것은 공부고, 그런 것은 대학 가서 하면 된다’로 끝나고,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더 이상 뭔가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를 안 하게 된다.
‘아직 어려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에 하는 말이겠지만, 듣는 입장에선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얼마나 하고 싶은지 서로 이야기하고 상황이 허락하는 안에서 아이가 바라는 것을 접하게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세계적인 발달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청소년의 뇌는 미성숙하기에 이성적으로 판단해 행동하기 어렵다’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학교, 가정, 직장에서 젊은 세대에 대한 어른들의 조언과 피드백이 실패하는 이유는 청소년이 미성숙하고 충동적이어서가 아니다. 어른들이 청소년의 뇌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누구와 친하게 지내라거나, 어떤 농담을 하라거나, 어떤 옷차림을 하라고 지시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많은 사람이 무시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것이다. 청소년에게 어른의 뜻을 강요하는 것은, 자신들의 문화 속에서 의미 있고 존중받을 만한 역할을 할 방법을 찾아내는 주체적인 학습자가 되려는 욕구를 그들에게서 빼앗는 셈이 된다.”(6장 ‘질문: 지시하지 않는다’에서)
오래전, 지금은 돌아가신 96세인 증조할머니와 집에서 한 아침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때였다. 70세쯤 된 노인 세 분이 출연해 요즘 젊은이들의 개념 없는 행태를 개탄하고 있는데, 할머니 말에 ‘빵’ 터졌다. “니들은….”
책을 읽다 보니, 드럼을 갖고 싶다는 증손자의 철모름을 탓하지 않고, 나중에 보태라며 허리춤에서 당신의 용돈을 꺼내 주신 그 마음이 그리워진다. 원제 ‘10 to 25 The Science of Motivating Young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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