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면, 다른 사진-대통령 관저 철조망 사진의 미묘한 차이[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1일 13시 00분


■ 백년사진 no. 95

2025년 1월 3일 새벽,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하려 했습니다. 5시간 30분 만에 철수했지만, 속보를 따라 현장에 사진기자들도 망원렌즈를 들고 출동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대통령 관저 주변은 일종의 숨바꼭질 무대가 되었습니다.

1월 5일 일요일, 사진기자들과 방송 카메라맨들은 대통령 관저에서 약 1km 떨어진 남산 자락에 진을 쳤습니다. 완벽한 보안은 불가능했기에 나뭇가지 사이로 관저 입구를 일부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탄핵이 여름에 이뤄졌다면, 나뭇잎이 우거져 촬영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치 상황이 뉴스 사진의 주제였던 첫째, 둘째 날과 달리, 셋째 날의 주요 피사체는 새로 설치된 철조망이었습니다. 담벼락을 따라 설치된 윤형 철조망은 망원렌즈로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쪽문 근처 도로를 가로질러 설치된 6~7미터 높이의 철조망은 바닥에 쌓인 흰 눈 덕분에 뚜렷이 보였습니다.

이 사진을 처음 포착한 사람은 아마도 통신사 사진기자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다른 사진기자들도 망원렌즈를 이리저리 돌리며 발견했거나, 누군가 집중해서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렌즈를 돌려 담아냈을 것입니다. 사진기자들의 경쟁은 원죄와도 같습니다. 방송 영상도 마찬가지지만, 신문 사진의 경쟁은 특히 더 치열합니다. 이 경쟁은 100년 전에도 동일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슷해 보이는 사진인데 왜 하나만 찍고 나눠 쓰지 않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차별화된 기사와 사진을 제공하려는 노력 때문입니다.

1925년 1월 5일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도 얼핏 보면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사진입니다. 등장인물은 같으나 카메라의 위치가 미세하게 다릅니다. 동아일보는 정면에서, 조선일보는 약간 측면에서 촬영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각 신문사의 사진기자가 찍어 온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1925년 1월 5일자 동아일보(위)와 조선일보(아래) 사진. 거의 같은 사진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1925년 1월 5일자 동아일보(위)와 조선일보(아래) 사진. 거의 같은 사진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같은 날 열빈루에서 재경 사회운동자 간친회가 열렸고,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 운동의 현황과 기근 구제, 청년운동자 연령 제한, 운동선 통일 등의 결의문이 채택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사진 속 상황에 대한 기사를 보겠습니다. 1925년 1월 5일자 동아일보 지면입니다.

예정과 같이 그제 오후 6시 반부터 시내 열빈루 에서 재경 사회운동자 간친회를 개최하였다는 데, 김찬(金燦)씨 사회 아래에서 순서를 따라 회 의를 진행하여 과거 1년 간의 사회 운동을 여러 가지 방면으로 나누어 보고를 마친 후에 각 항의 토의를 마치고 아래와 같은 결의문을 작성한 후 에 재미스러운 여흥으로써 끝을 마치고 11시 반 경에 폐회하였다는데, 그날 밤에 출석한 인원은 150여 명의 다수에 달하였으며 그중에는 인천 과 충남 당진, 경북 예천 등지로부터 온 운동자도 15명이나 참가하였으며, 그날 밤의 대성황은 근래 드문 일이었다더라.

결의문

1. 기근에 대하여는 각자가 노력하여 조선 기근 구제회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후원할 일

2. 두 총동맹 집회 금지에 대하여는 위원 3명을 선정하여 당국에 질문케 할 일

위원 : 김찬(金燦), 김약수(金若水), 임세희(林世熙)

3. 청년 운동자의 연령은 30세로 제한하기로 함

4. 운동선의 통일을 각자가 적극적으로 노력할 일

5. 운동 단체의 강령 문제에 대한 구체적 결의는 보류함


사진기자들은 경쟁만 하는 직업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진기자들은 같은 현장에서 20~30년씩 얼굴을 마주하며, 때로는 협력도 합니다. 혼자 갈 수 없는 현장에 함께 요구해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관계를 두고, 외국의 누군가는 ‘협력적 경쟁(coopetition)’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100년 전 신문에 실린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두 장의 사진을 통해 사진기자들의 협력과 경쟁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차이를 발견하셨나요? 좋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수처#대통령 관저#대통령실#체포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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