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끼쳐 미안합니다”…성남서 ‘생활고’ 시달린 모녀 숨진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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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2일 2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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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경기 성남시에서 생활고를 겪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11시 30분경 성남시 한 다가구 주택에서 70대 어머니 A 씨와 4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며칠 동안 모녀의 인기척이 없자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강제 개방한 집에서 모녀가 함께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집안에 남겨진 유서 등을 토대로 모녀가 채무 부담 등을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에는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적혔다. “보증금 500만 원으로 월세를 처리해 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모녀는 해당 주택에서 10년 넘게 거주하며 50만 원짜리 월세를 밀리지 않고 납부했다. 이들은 각종 공과금도 밀린 적이 없기에 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 계층인 ‘차상위계층’이었지만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서 발견되지 못했다. 정부는 일정 기간 전기료나 통신료, 건강보험료 등을 내지 않으면 위기 가구인지 체크한다.

A 씨의 건강이 안 좋아 생계는 자영업을 하는 딸이 책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 장사를 하는 딸의 소득이 월 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일정하지 않아 빚을 내 생활했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빚을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모녀의 몸에서 상처 등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모녀는 장례 없이 함께 안치됐다.

앞서 지난해 8월 수원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에서는 60대 여성과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9장 분량의 손 글씨 유서에는 “건강문제와 생활고 등으로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이후 정부는 물론 경기도와 일선 시·군까지 나서 사회안전망 구축을 약속했지만 또 다시 비극이 발생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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