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은행 이어 증권사 성과급에도 경고장…“유동성 어려운데”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31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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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1일 증권업계의 성과급과 배당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고금리 ‘이자장사’을 받은 은행권에 이어 지난해 자금시장 경색 사태로 유동성을 공급받은 증권업계에도 성과급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단기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및 현금배당 등에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고 금감원이 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부동산 익스포져가 높은 증권사는 향후 부동산 시장상황 및 리스크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 성과보수를 합리적으로 산정·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감독당국도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성과보상 체계의 적정성 등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증권사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은 원칙적으로 개별 기업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최근 단기금융시장 경색 국면에서 산업은행 등 외부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고 있는 일부 증권사가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유동성에 부담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보다 책임있고 사려깊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10일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의 문제점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 체계의 개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고금리로 서민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이자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하는 데 대한 경고로 해석된 바 있다.

이 원장이 은행권에 이어 증권업계에도 경고장을 날린 것은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들 뿐만 아니라 유동성 위기를 간신히 벗어난 증권사들까지 성과급·배당 잔치를 벌일 경우 금융권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난에 빠진 증권업계의 부실 도미노를 막기 위해 정부는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매입 등의 다양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 있다.

과도한 성과급 잔치가 자칫 자본적정성 악화 등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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