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병역의신’ 뇌전증 병역비리 브로커, 첫 재판서 혐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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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27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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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뉴스1
서울남부지방법원. 뉴스1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게 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를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 된 브로커 구모 씨(47)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2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는 병역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행사 혐의로 기소된 구 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구 씨 측 변호인은 “모든 혐의와 증거를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일체 자백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구 씨는 지난 17일 재판부에 반성문도 제출했다.

변호인은 구 씨가 수사에 협조함에 따라 병역면탈자 대부분이 범행을 자백한 점, 뇌전증에 대한 병역 판정 기준 등이 불분명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뇌전증을 호소하며 지속해서 약물 치료를 받으면 실제 환자가 아니더라도 보충역을 받거나 면제될 소지가 있다”며 “단순히 피고인을 처벌하기보다 뇌전증 환자에 대한 객관적인 병역 판정 기준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뇌전증은 뇌파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환자가 지속해서 발작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진단받을 수 있다. 실제 뇌파 검사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가 약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은 임상적으로 뇌전증을 진단받았으나 뇌파 검사, 방사선 검사, 핵의학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는 치료 기록과 기간을 중요한 판정 기준으로 삼는다. 미확인된 경련성 질환의 경우 치료 경력이 1년 이상이면 사회복무요원(4급), 2년 이상이면 면제(5급)를 받을 수 있다.

구 씨는 2020년 2월~2022년 10월 병역 신체검사를 앞둔 의뢰인과 공모해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게 한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기소 됐다. 구 씨는 의뢰인들에게 의료기관에서 거짓으로 뇌전증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 한 사람당 수천만 원씩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병역의 신’으로 자칭하며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병역 판정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구 씨 의뢰인 중에는 프로 배구선수 조재성 씨와 아이돌 그룹 출신 래퍼 라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구 씨 공소장에 적시한 병역면탈자는 7명이다.

검찰은 구 씨 도움을 받은 병역면탈자 관련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피의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구 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3월 22일 오전 10시 40분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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