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뒤 “우리 아이 혈액형 A” 스티커, 실제 도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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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26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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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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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먼저 구해주세요. 혈액형 A형”

아이를 둔 부모가 자동차 뒷유리에 흔히 붙이는 이 스티커는 실제로 도움이 될까?

대학병원 14년 경력의 응급전문 간호사 출신이라고 밝힌 유튜버 A 씨는 “현실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조언했다.

A 씨는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의 관련 질문을 받자 “우선 실제 사고가 났을 때 구급대원이 그 스티커를 쳐다볼 겨를이 없다. 위급상황에서 구급대원이 다친 사람을 두고 차를 자세히 살펴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만약 스티커를 보더라도 응급실에 와서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또 “구급대원이 해당 혈액형을 말해도 병원에서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며 “그대로 수혈하다가 잘못되면 책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혈액형을 말해도 무조건 검사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A 씨는 “스티커가 상술이네”라는 구독자의 질문에 “상술이 맞다”며 공감했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 차에 탄 아기가 그 집 아긴지 그 집 아기 친군지 어떻게 알겠냐”, “왜 사는지 이해 안 되는 물건 중의 하나다”,“부모 마음을 이용한 상술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스티커를 포함해 차량 뒤에 붙이는 다양한 ‘경고 스티커’는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것은 오히려 다른 운전자의 불쾌감만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까칠한 아기가 타고 있어요”, “빵빵 하면 아기 깨요”, “차안에 소중한 내새끼 있다 조심하쇼” , “왕초보 건들면 죽는다” “운전 못하는데 보태준거 있나” 등이다.

다만 초보운전자 임을 알리는 간결한 스티커는 사고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 뉴저지에서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의무화한 이후부터 사고율이 9.5% 줄어들었다. 영미권 국가 및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운전면허를 받기 전 초보운전자임을 나타내는 표식을 의무 부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규정이 없어 개인의 판단에 따라 스티커를 붙이다 보니 불쾌감을 유발하는 문구가 나오는 것.

이에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초보운전 스티커를 규격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 ‘초보운전자’를 면허를 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의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의 범위를 ‘1년 이내’로 축소하고 △ 초보운전자로 하여금 규격화된 표지를 부착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동시에 △ 해당 표지를 부착한 차량을 대상으로 한 양보·방어 운전 준수 규정을 담았다.

홍 의원은 “초보운전 표지가 규격화되면 타 운전자들이 직관적으로 인식하기 쉬워질 뿐 아니라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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