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만장자 투자자 “내년 주가 10~15% 하락할것”… ‘산타랠리’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0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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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12월 글로벌 증시에 ‘산타랠리’가 사라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49% 하락하는 등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주 위주인 스탠더드앤드퓨어스(S&P) 500 지수도 0.9% 떨어졌다. 다우존스 데이터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1928년 이후 모든 12월 중 73%에서 상승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S&P 500 지수는 6.4% 하락하는 등 ‘산타랠리’의 공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투자심리 하락은 여러 이유 탓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유지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밝히고 있다. 또 최근 미국 소매매출 감소로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과 비관적 경기 전망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져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졌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글로벌 경기하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20일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YCC)을 조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 뉴욕증시 선물도 일제히 하락폭이 커졌다.

미국 백만장자 투자자들도 내년 증시 전망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CNBC 방송이 지난달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 자산을 보유한 미국인 7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날 발표한 결과, 백만달러 투자자의 56%는 내년 S&P 500 지수가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 3명 중 1명은 15%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S&P 500 지수는 올들어 18% 급락했는데, 내년에도 급락세가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를 수행한 스펙트렘그룹의 조지 월퍼 사장은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백만장자 투자자 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비관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개인 자산에서 가장 큰 위협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28%)가 ‘주식시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백만장자 투자자들은 전체 개인 보유 주식의 85%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 심리가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소비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0%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말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고, 이중에서 30대 젊은 층인 밀레니얼세대는 100%가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앞서 월마트가 고객 조사에서도 월마트 식료품 매출 4분의 3이 연봉 10만 달러 이상 중상층에서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월마트에서 식료품을 살만큼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상층이 좋아하는 브랜드인 룰루레몬 등도 실적 전망치를 낮춘 상태다.

한편 경기 전망에 비관적인 학자로 꼽히는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연일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가벼운 경기침체가 아닌 ‘깊고 오래가는’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온 상태)이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제 발에 총을 쐈다”며 “미국도 얕은 경기침체가 아닌 깊은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유로 40년만의 고물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전례 없는 강대국 패권 전쟁, 인공지능(AI)의 일자리 위협 등 여러 위협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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