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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요즘의 화랑, 작가 발굴보다 중고품 거래 치우쳐”

입력 2022-11-30 10:55업데이트 2022-11-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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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값의 비밀’ 재발간한 미술계 스피커, 양정무 “미술은 작가의 고뇌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가 아니다. 아트딜러, 컬렉터, 작가가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게임이 있다. 미술이 자본과 어떻게 매개되어갔는지를 알면 성숙한 미술시장과 자본주의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의 책 ‘그림값의 비밀’(창비)이 18일 다시 나온 이유다. 28일 전화로 만난 양 교수는 2013년 처음 출간 때를 회상하며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책은 최신 데이터를 추가하고 ‘미술 투자를 위한 Q&A 섹션’ 등을 넣어 새로이 내놨다. 미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며 미술 투자에 대한 변치 않는 사실들을 짚어나간다.

양정무 교수, 창비 제공크게보기양정무 교수, 창비 제공


우선되는 건 “미술은 장기전”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책에 추가된 ‘미술시장의 블루칩, 인상주의’ 섹션에서는 미술계의 조롱을 받던 클로드 모네와 빈센트 반 고흐가 화상과 가족의 도움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과정을 쫓는다. 양 교수는 “현대미술이 인상파와 닮아있다. 지금 대개의 현대미술도 괴팍하고 난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상파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의 20~30년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미술을 보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평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가치 있는 작품을 발굴하고 판매하는 아트딜러다. 양 교수는 이들을 “제2의 창작자”라고 칭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미술시장에 대입해보면 현실은 막막하다. 양 교수는 “지금 한국의 1차 시장, 즉 작가를 발굴하는 화랑은 전체 화랑 중 10%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중고품을 거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태를 보여준 단적인 장면이 올 9월 동시 개최한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라고 했다. “프리즈는 취향을 팔았죠. 확실히 화랑별로 색이 뚜렷했어요. 그런데 키아프는요? 대동소이했습니다.”



올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던 ‘프리즈 서울’ 전경, 프리즈 서울 제공크게보기올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던 ‘프리즈 서울’ 전경, 프리즈 서울 제공


최근 미술계의 우려는 한 발 더 나아간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이달 ‘2022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를 내놓으며 “초현대작가군(1975년 이후 출생한 작가들)이 경매에 바로 유입되어 블루칩으로 등극할 때까지의 시간이 단축됐다”고 했다. 이에 양 교수는 “작가에 대한 평가는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10~20년 이후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치게 시장 친화적이면 시장 맞춤형 작품 그 이상을 뛰어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혼잡한 미술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취향, 안목, 용기”다. 이는 아트딜러뿐만 아니라 컬렉터에게도 필요한 요건이다. 양 교수는 “현재 국내 컬렉터층이 두텁다거나 이들이 연속성을 갖고 작가들을 후원한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컬렉터층으로 급부상한 것은 긍정적이다. 전문 지식보다는 자기 취향이 앞서가는 이들이 향후 미술시장을 이끌 주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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