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운전자, 보행자 치고 ‘노 브레이크’ 수십m 질주…5명 사상

  • 뉴스1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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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뉴스 갈무리)
(NHK 뉴스 갈무리)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또 경악할 만한 고령 운전자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97세 운전자는 보행자를 치고 차량 3대를 들이받아 멈출 때까지 브레이크(제동장치)를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교도통신, NHK 등에 따르면 19일 오후 5시께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에서 경차가 보행자를 친 뒤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들이받아 여성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차 운전자인 97세 나미시오 구니요시는 자동차운전처벌법 위반(과실운전치사상) 혐의로 체포됐다.

나미시오는 사고 당시 수십m에 걸쳐 인도를 달리다가 인도에 있던 여성을 치고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차례로 들이받은 후 차량과 가로수 사이에 끼여 멈춰 섰다.

이 사고로 보도에 있던 가와무라 히토미(42)가 숨지고, 충돌한 두 대의 승용차에 타고 있던 여성 4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도로에는 나미시오가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미시오가 몰던 차량에 부딪힌 한 차량의 50대 여성 운전자는 “사람이 치인 줄은 몰랐지만 사고로 가로수가 쓰러지고 있었고 쓰러진 사람 주위를 에워싼 사람이 소리치는 걸 봤다. 그 모습을 고령의 남성이 보도에 주저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그 사람이 사고를 낸 경차를 몰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나미시오는 운전면허증 갱신 당시 인지기능검사에서 문제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고는 지난해에 346건 발생해 전년보다 13건 증가했다. 이 중 90대를 포함한 8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 사고는 85건이다.

또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 사고 비율은 전체 사망 사고의 약 15%를 차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자동차 사망사고 요인은 핸들 조작 미숙과 브레이크·엑셀 잘못 밟기가 가장 많아 전체의 30여%를 차지했다.

3년 전에는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87세 남성 운전자가 사고를 내 어린아이와 어머니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발생 며칠 후 방송 카메라에 잡힌 피의자는 양팔에 지팡이를 하고 몸도 가누기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더했다.

이에 일본 경찰청은 올해 5월부터 75세 운전자가 면허를 갱신할 때는 치매 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 자동제동 등 안전기능을 갖춘 ‘서포트카’로 운전을 한정하는 새로운 면허제도도 도입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반납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나라 고령 기준인 65세 이상 전국 고령 운전자의 면허 평균 반납률은 2.1%에 불과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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