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1호는 누구 것?’ 남욱 “이재명 측 지분 있다고 들어”[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9일 1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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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겨냥 폭로 이어가며 ‘각자 죄 지은 만큼 벌 받자’ 주장한 유동규
법정에선 ‘나는 죄 없다’ 태도 고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0화입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만배가 나한테 ‘(사업 전체 지분 중) 25%만 받고 빠져라. 나(김만배)도 12.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얘기한 것 기억나나?”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60차 공판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날 정 회계사를 직접 신문할 기회를 얻은 남욱 변호사는 작심한 듯 짧은 시간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남 변호사는 2015년 2~4월경 강남의 한 술집에서 정 회계사와 함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만나 ‘대장동 사업에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 있다’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이들은 김 씨가 혼자 50%의 사업 지분을 갖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한 자리에 모였고, 남 변호사는 분배 비율에 반발하다 ‘이재명 지분 발언’을 듣고선 자신이 25%만 받는 방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대해 정 회계사는 “그 말(이재명 지분 발언)은 전혀 기억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남욱 “왜 천화동인 1호만 소유주 표시 안 됐나”
“증인이 아는 바로 천화동인 1호는 누구 겁니까?”

이날 주로 정 회계사 진술의 신빙성과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공격하는 내용의 신문을 진행한 남 변호사 측 변호인은 재판 말미에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대외적으로 김 씨의 소유로 여겨지지만, 지난해부터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이에 정 회계사는 “유 전 직무대리와 김 씨의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이후 직접 신문 기회를 얻은 남 변호사는 이재명 지분 발언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정 회계사에게 정 회계사 본인이 작성한 ‘배분표’는 기억나느냐고 물었습니다. 정 회계사는 “김 씨가 50%를 가져가고 남 변호사가 25%, 제가 16%로 만들라고 한 건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사업자들은 배당수익 총 4040억 원을 거뒀는데, 실제로 이 중 25%(1007억 원)가 남 변호사 소유의 천화동인 4호에 배당됐고 16%(644억 원)가 정 회계사 소유의 천화동인 5호에 배당됐습니다.

이어 남 변호사는 “증인이 만든 배분표에 천화동인 2~7호 소유자, 지분비율, 투자 금액, 회수 금액이 다 적혀 있다”면서 “(그런데) 천화동인 1호는 아무 기재가 없다. 지분 외에는 아무 기재가 없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가지고 있어서 기재를 안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재차 “유일하게 그것만 (소유자 등이) 기재가 안 됐다”고 지적했고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가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다시 한 번 “화천대유가 소유자라는 걸 기재하지 않은 이유는 뭐냐”고 추궁했고 정 회계사는 “그것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또 “2014년 12월 초에 김 씨가 나에게 ‘이재명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얘기했다. 정 회계사도 옆에서 들었다” “2015년 1월에 정 회계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공사가) 1공단 공원화 비용과 임대아파트 부지를 가져가는 (확정 이익) 방안을 보고했고, 이 사실을 정진상 실장을 통해 이재명에게 보고했고 이재명이 동의해서 이를 공모지침서에 삽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이에 대해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 전 직무대리는 “재판에서 나온 이재명 지분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그건 밝혀지겠죠. 죄 지었으면 다 밝혀지겠죠. 흔적이 남을 거니까”라고 답했습니다.
●“대장동 사업 문제없고 나도 잘못 없다” 주장해온 유동규

20일 구속 만기로 석방된 유 전 직무대리도 24일 열린 59차 공판에서 기존 변론 태도를 바꿔 대장동 사업의 결재권자는 이 대표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다만 연이은 언론 인터뷰에서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 받고 이재명 대표가 한 건 이재명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유 전 직무대리는 법정 안에서는 ‘나는 죄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그대로 고수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0일 0시 4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의왕=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0일 0시 4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의왕=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 사건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김 씨 등 민간사업자들과 공모해 민간에 이익을 몰아주고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습니다. 구체적으로 유 전 직무대리가 민간사업자들 요구에 따라 공모지침서에 이른바 ‘7대 독소조항’을 반영하고, ‘편파 심사’를 통해 화천대유 측 성남의 뜰 컨소시엄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며, 이들에게 유리한 사업협약과 주주협약을 체결해줬다는 겁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2013년 남 변호사 등에게 3억5200만 원을 받는 등(특가법상 뇌물) 일찍이 민간사업자들과 유착한 상태였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사업 배당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2020년에는 도움의 대가로 김 씨에게 700억 원 지급을 약속받았고, 이듬해 김 씨에게 그중 일부인 5억 원을 받았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 측은 그간 재판 과정에서 줄곧 이 같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해 왔습니다. 지난달 19일 열린 54차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은 “(대장동 사업이 진행된) 경위나 (사업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위법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된다”며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해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일부 사업 진행상 문제점이 일부 있었다 하더라도 유 전 직무대리의 행위로 인한 것으로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처럼 유 전 직무대리의 임무 위배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런 사정은 뇌물수수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돼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전 재판 내용을 종합하면 유 전 직무대리는 대장동 사업은 정당하게 진행됐고 김 씨 등 민간사업자들과 공모하지도, 일부러 부당한 이익을 주지도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증인을 불러 신문했지만 본인이 사업과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등 구체적 배임 행위를 한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김 씨 등 민간업자들과 뇌물을 주고받을 이유도 없었다는 겁니다.

●석방 뒤 “최종 결정권자는 성남시장” 이재명 책임 거론하고 나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4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4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유동규가 의견을 내고 성남시가 승인한 것인지, 아니면 성남시장이 위에서 아래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인지 증인은 알고 있나.” “최종 결정권자가 성남시인 것은 아느냐.”

그간 이처럼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입장에서 대장동 사업 설계와 진행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에 집중해 왔던 유 전 직무대리 측은 24일 처음으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의 역할을 부각하고 나섰습니다. 검찰이 유 전 직무대리가 김 씨 등과 공모한 결과라고 의심하는 주요 사업 내용의 최종 결정권은 성남시에 있었다는 겁니다.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은 정 회계사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참여 자격을 어떻게 할지를 공사 차원에서 유 전 직무대리나 황무성 사장이 결정하면 되는 내용으로 생각했느냐 아니면 성남시장까지도 결재가 돼야 정해질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공모지침서의 7대 독소조항 중 ‘건설사 신청 자격 배제’ 조항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정 회계사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 측은 이 대표의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발언을 거론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 측은 “이재명 시장이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국정감사에서 ‘건설사가 참여하면 여러 폐해가 많아서 내가 결정했다’고 말한 것을 들었느냐”며 “결국 참여 자격이 금융사로 한정된 것은 증인 등이 추진해서 (유 전 직무대리와의 부정한 공모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국감 발언을 종합해보면 성남시청 차원에서 결정이 내려진 것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 측은 ‘정영학 녹취록’에서 이 대표가 등장하는 대목도 언급했습니다. 앞선 25차 공판에서 재생된 2013년 7월 2일자 녹취록에서 남욱 변호사는 정 회계사와 통화하며 “이재명 시장이 ‘공원만 만들면 된다’고 유 전 직무대리에게 말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합니다. 유 전 직무대리 측은 “남 변호사의 말이 다 맞는다고 친다면 ‘유동규가 시장이 이렇게 얘기했대’라고 하면 시장이 정한 것이지 (왜) 유 전 직무대리가 힘을 써서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느냐”고 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 측은 그 외에도 대장동 부지의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최종 결정권자는 성남시” “성남시장이 그렇게 정한 것”이라며 사업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이 대표에게 있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사업에 문제없었다” 주장 그대로 유지… 뇌물 혐의도 부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운데)가 24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운데)가 24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유 전 직무대리 측은 대장동 사업 진행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고 자신이 부당한 지시를 한 적도 없었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 측은 이날 “그동안 공사 직원들이 다수 출석해 시행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장시간 증언했다”며 “사실상 모든 직원이 유 전 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 업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부당 지시를 내리기는커녕 정당한 지시조차 내리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는 취지로 기억하는데 증인 기억도 같느냐”고 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제가 판단은 잘 못하겠다”면서도 유 전 직무대리 측 추궁이 이어지자 “확정 이익 부분이 제일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 측은 정 회계사에게 “증인은 성남시의 방침이 확정 이익만을 취하고 그 외 나머지 이익은 민간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가져가는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어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익이 났기 때문에 그렇지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결과적으로 사업자들에게 손해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민간이 많은 이익을 가져가긴 했지만, 사업 자체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겁니다.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2013년 3월 20일자 정영학 녹취록에서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유 전 직무대리가 2주 안에 3억 원을 만들어달라고 했다”는 취지의 말을 합니다. 검찰은 2013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이 이런 요구를 받고 유 전 직무대리에게 3억5200만 원을 전달했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직무대리 측은 정 회계사에게 “유 전 직무대리가 3억 원을 요구했다는 말 자체를 시나리오를 증인과 남 변호사, 정재창 씨 셋이서 만든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영학 녹취록에는 2013년 4월 1일 유 전 직무대리가 남 변호사와 통화하며 “0.7(7000만 원) 일단 먼저 그것만. 내일 좀 봐”라고 직접 말하는 대목도 등장합니다. 당시 남 변호사가 유 전 직무대리와의 통화를 녹음해 정 회계사에게 보낸 탓에 부인하기 힘든 증거가 남게 된 겁니다. 그러나 이 내용에 대해서도 유 전 직무대리 측은 “7000만 원 돈을 남 변호사가 실제로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달했는지 혹은 일부만 전달했는지 증인은 모르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4일 열립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남 변호사 측의 정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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