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포항시-포스텍 손잡고 ‘의사과학자’ 양성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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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협약 체결… 민관학 협력 구축, 포항지역 6개 병원 의료인력 교류
포스텍 의과대, 정부 국정과제 선정… 2028년 500병상 스마트병원 개원
민간 자본-공대 기반 커리큘럼 도입… 경북도 “국민공감대 확산 위해 노력”

올 6월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시청에서 열린 ‘포스텍 연구 중심 의과대 설립’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재 국회의원, 오른쪽은 이강덕 포항시장. 경북도 제공
올 6월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시청에서 열린 ‘포스텍 연구 중심 의과대 설립’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재 국회의원, 오른쪽은 이강덕 포항시장. 경북도 제공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이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일 오후 4시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에 있는 포스텍 국제관에선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 등이 ‘대한민국 의사과학자 양성 및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의과대 및 스마트(지능형) 병원 설립을 위한 행정 지원을, 포스텍은 바이오헬스산업 원천 기술 개발과 제품 상용화를 맡는다. 또 포항지역 6개 병원은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의료 인력 교류와 의학 공동 연구, 임상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박성수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지역 주요 병원들이 의과대 설립 관련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바이오헬스산업을 이끌 국내 의사과학자 배출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협약식에도 6개 병원 병원장(함인석 포항의료원장, 한동선 포항세명기독병원장, 최순호 포항성모병원장,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 구자현 좋은선린병원장, 안우섭 경희요양병원장)이 모두 참석한다.
○ 의사과학자 양성에 역량 집중
의사과학자는 ‘산업 의사’로 불린다. 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임상 의사와 달리 미래 질병을 다루는 ‘예측 의학’, 인공 장기를 활용하는 ‘재생 의학’, 난치병 치료를 위한 ‘맞춤형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의사과학자에게는 과학과 공학, 의학을 융합한 연구개발(R&D) 역량이 필수적이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의사과학자는 생명과학과 화학 등 기초과학 성과들이 실제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중개 연구’를 수행하고, 환자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신기술로 발전시킬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항에는 백신 및 신약 개발의 핵심 장비인 포스텍 방사광가속기와 구조 분석 장비인 극저온 현미경을 보유한 세포막단백질연구소가 있다. 이를 활용하면 바이오헬스산업 연구개발(R&D)부터 기술 상용화까지 가능하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이 같은 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26년 포스텍에 연구 중심 의과대를 설립하고, 2028년 500병상 규모의 스마트 병원을 개원한다는 계획이다. 25개 기업이 투자 및 협력에 참여하는 의과학 융합연구센터도 건립할 방침이다. 목표는 포스텍에서 배출한 의사과학자가 R&D 인프라를 기반으로 첨단 기술을 산업화하는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다.
○ 국내 의사 중 의사과학자는 1% 미만
경북도에 따르면 국내에선 해마다 의사 약 3000명이 배출된다. 그런데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 의사는 5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의사 약 10만 명 중 의사과학자는 약 700명 수준으로 전체의 1% 미만이다.

반면 세계 바이오헬스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은 19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자격증(MD)과 박사학위(PhD)를 모두 보유한 이들 중 약 83%가 의사과학자로 연구를 이어간다고 한다. 이렇게 양성된 의사과학자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 15명이 나왔다.

신설되는 포스텍의 연구 중심 의과대는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커리큘럼(교과과정)을 도입한다. 의과학전문대학원 형태로 2년간 기초의학 과정, 4년간 박사 연구과정을 거친 뒤 다시 2년간 의학 임상교육을 받는 복합학위과정(MD-PhD)을 운영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학생 등록금 및 생활비, 졸업 이후 3년간 벤처창업자금 및 지역 연구소 일자리 지원을 위해 자체 예산 100억 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졸업 후 임상 의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연구기관에서 2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했다. 이를 불이행하면 지원액을 전액 환수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의사과학자가 좋은 연구 환경에서 세계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바이오헬스산업 선점을 위해 의료계 경제계 과학계 등의 협력 체계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이달 11, 12일 포스텍에서 ‘대한민국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첫 국제 콘퍼런스도 열었다. 이 자리에선 국내외 최고 석학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혁신적 의학 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 중심 의과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는 앞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를 넓히는 동시에 민간 자본 유치 및 기업 공동 연구 체계 구축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앞서 올 5월 정부의 120대 국정 과제에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포스텍 의과대 설립’이 선정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 산업이 대전환 기로에 서 있는데 의사과학자 양성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제철보국을 뛰어넘는 바이오보국을 꼭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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