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진]‘역대급’ 어린이들이 온다… 신인류, 알파세대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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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DBR 편집장
김현진 DBR 편집장
12세의 영국 소년, 게이브리얼 클라크는 올 초 러시아 침공으로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온라인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직접 만든 나무 그릇을 경품으로 내건 이 캠페인의 참여자는 무려 25만 명. 4억 원에 달하는 성금은 모두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됐다.

어린이과학동아가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만든 ‘2022 어린이날 선언문’에는 ‘노 키즈(No Kids) 존’ 대신 ‘노 노이즈(No Noise) 존을 만들자’는 제안이 접수됐다. “시끄러운 어른도 있는데 나이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이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권위에 위축되지 않는 활동가. 이것이 지구촌 곳곳 ‘알파세대’ 어린이들의 특징 중 하나다. 2010∼2024년생인 알파세대는 X, Y, Z라는 알파벳을 썼던 이전 세대들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류사의 한 챕터를 연다는 의미에서 그리스 문자로 이름 붙여진 첫 세대다. 호주의 리서치기업 매크린들연구소 측은 “알파세대는 구성원 전체가 21세기에 태어난 첫 세대, 가상(virtual) 기술을 전면적으로 접한 첫 세대이기에 완전한 신인류란 의미에서 알파(α)라는 이름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들까지 포함된 어린이 집단에 최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다양한 측면에서 ‘역대급’이라는 이들의 특수성 때문이다. 알파세대에 속하는 집단이 모두 출생신고를 마친 2025년이 되면 이들은 전 세계 인구의 25%(약 22억 명)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부머를 추월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대가 탄생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초저출산율 탓에 2025년에도 알파세대 비중이 11%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한국에선 영향력이 작을까?

귀한 만큼 존재감은 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알파세대는 명품 시장까지 주무르는 ‘VIB(Very Important Baby)’들이며 왕성한 정보 검색력으로 이미 가정 내 모든 소비 여정에서 ‘숨은 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조숙해졌다는 의미의 ‘업에이저(upagers)’ 역시 이들을 규정하는 대표적 키워드다. “선행 속도가 빠른 아이들이 있는 반 분위기가 현행만 하는 아이들 반 대비 훨씬 성숙한 편”이라는 서울 대치동 학원 강사들의 증언처럼 ‘K알파’(한국의 알파세대)의 특수성 때문에 국내에선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특성이다.

물론 인위적인 세대론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연구가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면 세대는 ‘구분’이 아닌 ‘이해’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어려서부터 팬데믹으로 소중한 일상을 잃는 경험을 했던 이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은 것이 ‘생존 본능의 발로’라는 분석에는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알파세대는 명실공히 ‘인류사에서 가장 크고, 새롭고, 똑똑한 집단’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들을 잘 이해하고 이들의 선택에 적응하는 것이 X, Y, Z세대가 경험할 미래의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신인류#알파세대#mz세대#업에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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