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 실세의 ‘용산 직보 문자’ 들통, “독립기관” 어찌 믿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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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5일 언론에 포착됐다. 감사원이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서해 공무원 피살’에 관한 감사에 착수해 적법 절차를 어겼다는 보도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방침을 유 총장이 이 수석에게 직접 보고한 것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관이지만 정부 부처와 달리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다고 헌법과 감사원법에 명시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4일 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감사원의 감사에 관해서는 대통령실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뒤에서는 대통령실 수석과 감사원의 2인자이자 실세로 평가되는 유 총장이 감사와 관련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니 겉과 속이 다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국정기획수석실은 부처나 기관 관련 기사가 나오면 늘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이 감사원에 확인을 한 보도가 여러 개라는 취지로 들린다. 감사원에 대한 기사는 주로 감사의 내용과 절차, 즉 감사의 실체에 관한 것이다. 그 진위를 대통령실이 묻고 감사원이 답하는 것 자체가 감사원의 독립성에 반하는 부적절한 일이다.

감사원은 이 사건 외에도 국민권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전 정부에서 임명된 수장이 물러나지 않은 기관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코로나19 백신 수급 등 전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감사도 예정돼 있다. 하나하나가 정치적 파급력이 큰 민감한 사안들이고 야당은 “표적 감사” “정치 감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의심받지 않아야 그나마 논란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인데, 대통령실과 감사원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감사원 실세#용산 직보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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