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앵전, 태평무, 살풀이… 전통 춤사위 매력에 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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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대회 통해 본 전통춤의 세계
춘앵전, 조선 효명세자 효심 담겨… 움직임 적고 우아한 분위기 연출
왕-왕비 태평성대 기원 ‘태평무’… 현란한 발디딤에 상체는 절제미
살풀이는 굿판서 예술춤으로 승화…“슬픔-애절함 등 다양한 감정 표현”

한영숙류 태평무를 춘 황윤지 씨가 푸살장단(경기 성주굿에 쓰이는 15분의 4박자) ‘새가락별곡’ 후반부 가락에 맞춰 춤추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한영숙류 태평무를 춘 황윤지 씨가 푸살장단(경기 성주굿에 쓰이는 15분의 4박자) ‘새가락별곡’ 후반부 가락에 맞춰 춤추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춘앵전, 태평무, 살풀이…. 한국무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전통춤이다. 동아무용콩쿠르 등 국내 주요 무용 경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단골로 추는 춤이기도 하다.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지난달 20일 열린 ‘온나라 전통춤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정지수 씨(27)와 전보현 씨(28)는 춘앵전을, 국무총리상을 받은 황윤지 씨(25)는 한영숙류 태평무, 국립국악원장상의 이수림 씨(24)는 이매방류 살풀이를 췄다. 이들을 통해 각 전통춤의 특징과 매력을 살펴봤다.
○ 효명세자 효심 담은 춘앵전
정지수 씨가 춘앵전 낙화유수(落花流水)를 추는 모습. 국립국악원 제공
정지수 씨가 춘앵전 낙화유수(落花流水)를 추는 모습. 국립국악원 제공
춘앵전은 봄날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꾀꼬리의 자태를 표현한 궁중춤으로, 조선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1809∼1830)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무용수는 머리에 화관을 쓰고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란 앵삼(鶯衫)을 입는다. 여섯 자 크기(180cm)의 화문석 위에서 추는 독무가 8분가량 이어진다. 움직임이 적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느린 장단에 맞춰 한삼을 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내리는 과정이 반복되는 게 특징이다. 임금 앞에서 추는 궁중춤 특성상 엄격한 예를 갖추기 위해 치아를 드러내 웃는 걸 금지하지만 화전태(花前態·꽃 앞에서 자태를 짓는다) 장면에선 치아가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정지수 씨는 “느린 장단이지만 동작 하나하나 묵직하게 추다 보면 음악이 굉장히 빠르게 느껴지는 춤”이라고 했다.
○ 왕과 왕비 주인공으로 한 태평무
태평무(국가무형문화재)는 명인 한성준(1874∼1942)이 경기도 도당굿 무속장단을 바탕으로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왕비 또는 왕이 직접 춤을 춘다는 내용을 담은 전통춤이다. 그의 제자인 강선영(1925∼2016)과 손녀인 한영숙(1920∼1989)이 살풀이춤을 전승했다.

‘한영숙류 태평무’를 추는 무용수는 붉은 단 남색 치마에 옥색 당의를 입고 쪽 찐 머리를 한다. 의상은 화려하지만 절도와 기개를 중시한다. 낙궁장단, 터벌림, 올림채 등 10개가 넘는 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무용수는 치마를 살짝 들고 버선코를 보여주며 겹결음, 잔걸음, 뒤꿈치 찍기 등 현란한 발디딤을 선보인다. 화려한 하체 동작과 달리 절제미를 추구하는 상체는 손끝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등 섬세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윤지 씨는 “복잡한 장단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발디딤을 구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무속·교방서 생겨난 살풀이
이매방류 살풀이춤을 춘 이수림 씨(왼쪽 사진)가 발뒤꿈치를 들고 걸음을 딛는 ‘까치걸음’ 동작을 추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이매방류 살풀이춤을 춘 이수림 씨(왼쪽 사진)가 발뒤꿈치를 들고 걸음을 딛는 ‘까치걸음’ 동작을 추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무속에서 파생돼 ‘살(煞·독한 귀신의 기운)을 푸는 춤’이라 일컫는 살풀이(국가무형문화재)는 남도 시나위에 맞춰 추는 민속춤이다. 원래 굿판에서 즉흥적으로 춘 춤이었지만, 점차 기녀(妓女)나 재인(才人)들의 레퍼토리가 돼 예술 춤으로 승화했다.

가장 유명한 ‘이매방류 살풀이’를 추는 무용수는 손에 2m가량 되는 흰 천을 든 채, 맺고 어르고 푸는 3가지 기본 동작을 중심으로 춘다. 수건을 흩뿌리는 동작과 발놀림의 변화가 고도의 기교를 요할 정도로 복잡한 편이다. 처음엔 느린 가락으로 시작해 점점 빨라지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선 다시 첫 가락으로 돌아가 조용하게 끝난다. 기생들이 좁은 방 안에서 췄던 춤이라 동작이 아기자기하며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원형적 형태를 띤다. 이수림 씨는 “춤사위의 크고 작음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춤으로 슬픔, 애절함 등 다양한 감정이 담긴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춘앵전#태평무#살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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