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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파운드화 급락에 英 백기… 감세정책 열흘만에 철회

입력 2022-10-04 03:00업데이트 2022-10-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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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50년만에 최대 감세 공약
인플레 자극 우려에 파운드 ‘투매’
강달러 부추기며 글로벌 금융 혼란
일각 “시장 불안 잠재우기 역부족”
리즈 트러스(사진) 영국 내각이 파운드화 급락과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을 촉발한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 열흘 만에 전격 철회했다. 철회 직후 파운드화 가치는 약간 올랐지만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가 언제든 영국발(發)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3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성명을 올려 “우리는 (소득세) 45% 세율 폐지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현 상황을) 이해했고 경청했다”고 밝혔다. 콰텡 장관은 “기업을 지원하고 저소득층 세(稅) 부담을 감면하는 성장 계획은 더 번영하는 경제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면서도 “45% 세율 폐지안으로 영국이 직면한 도전 극복을 위한 우리 임무가 산만해졌다”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도 이날 트위터에 “이제 초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서비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임금을 인상하며 국가 전역에서 기회를 창출하는 고성장 경제 구축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러스 내각은 지난달 23일, 50년 만에 세금을 최대 감면하는 감세안을 발표했다. 연소득 15만 파운드 이상에 대한 소득세율 45%를 없애는 방안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영국 중앙은행(BOE)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긴축 재정에 들어간 와중에 사실상 시중에 돈을 푸는 모순적인 감세안이 나오자 시장은 불안감에 빠졌다. 여기에 세수가 감소하면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영국 국가 부채가 상환 불능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투자자들은 파운드화를 투매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환율은 지난달 26일 장중 사상 최저인 1.03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달러화 강세를 촉진해 세계 금융시장까지 혼란에 빠뜨렸다. 고소득층만 혜택을 보는 ‘부자 감세’란 반발도 거셌다. 그럼에도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29일 감세안을 고수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음 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영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내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등장하고 보수당 내부에서마저 비판이 제기되자 정책 ‘유턴’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감세안 철회 직후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환율은 1.1263달러로 올랐지만 다시 떨어졌다. 지난주 4.6%까지 치솟은 10년 만기 영국 국채 수익률은 장중 0.07%포인트 하락한 4.02%까지 내렸다. 반면 영국 증시 FTSE100은 오히려 장 초반 0.8%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감세안 철회만으로는 파운드화 가치 하락 우려를 잠재우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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