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정부매입보다 생산농지 줄일 방안 고민을[기고/김태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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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작년 말부터 농업계의 화두였던 쌀 시장격리 문제가 지난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45만 t 시장격리 방침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되었다. 공공 비축미 45만 t 매입까지 감안하면 총 90만 t이 시장에서 사라진다. 쌀값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그나마 2022년산 신규 물량 출하 전에 신속히 결정한 조치라는 점은 다행이다. 이와 함께 쌀 자동시장격리를 포함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쌀 공급 과잉 심화, 재정 부담 가중, 미래 농업발전 저해’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우리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이고, 최근 미래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농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철강, 조선, 해운도 그렇고, 최근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지원했다.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은 먹거리를 공급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더욱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농업 지원이 쌀에만 집중돼서는 곤란하다. 농가 간, 지역 간 형평성도 무너진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쌀 중심 농업구조를 해결하는 ‘농정개혁’을 많은 학자가 요구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시장격리와 생산조정제라는 단기 처방으로 일관하다가 현재의 쌀값 급락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공익형 직불제를 통해 논밭 구분 없이 일정한 보조금을 줘 쌀 중심 구조를 개선하려고 했지만 여기에 시장격리제를 시행해 직불제 효과를 무력화시켜 버렸다. 이제 와서 양곡관리법에 의무격리를 규정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고, 우리 농업의 발전을 막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젠 쌀 공급 과잉에 대한 대책을 고민할 때다. 근본적으로 쌀 생산농지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 농업진흥지역의 10%에 대해 쌀 생산 금지를 조건으로 농민과 5년 협약을 맺고, 이들 농가가 평균 소득의 120%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식량안보직불금’(가칭)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쌀을 재배하지 않는 농지에 정부가 특정 품목을 키우도록 개입해서는 안 된다. 농민들이 자신의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친환경 농업뿐만 아니라 체험 관광이나 농산물 가공 등 비농업 활동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 방안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농촌소득원개발 특별지구’라는 과제로 제시된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서 폭탄 돌리기 하듯 미뤄왔던 쌀산업 구조개편을 민간주도 혁신성장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가 꼭 실현하길 바란다.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쌀#생산농지#정부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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