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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스토킹범죄 36%, 감금-살인 등 동반

입력 2022-10-03 03:00업데이트 2022-10-0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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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판결문 251건 전수분석
스토킹 전후 강력범죄 발생
91건 중 8건은 살인까지 이어져
“피해자-가해자 확실히 분리를”
2019년 4월경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일하던 A 씨는 미화직원 동료 B 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8개월가량 교제하다가 이별 통보를 받은 B 씨는 A 씨에게 집착하며 “다시 만나자”고 요구했으나 여러 차례 거절당했다.

앙심을 품은 B 씨는 2020년 1월 13일 일기장에 “죽을 결심을 했다. A를 데리고 가겠다. 디데이는 16일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리고 사흘 뒤 흉기와 장갑 등을 준비해 도서관 지하 1층 청소도구실에 몰래 숨어들었다. 이어 교제를 다시 거부한 A 씨의 목을 졸라 쓰러뜨린 다음 흉기로 복부 등을 찔러 살해했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6월 살인 등의 혐의로 B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스토킹 범죄 3건 중 1건은 이처럼 사건 전후에 강력 범죄를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신당동 역무원 피살’ 사건에서처럼 스토킹이 살인 등의 ‘전조 증상’이었던 경우도 8건 중 1건이나 됐다.

2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대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통해 2019년 10월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스토킹’ 범죄가 드러난 판결문 251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91건(36.3%)은 스토킹 전이나 후에 살인 강간 감금 등 6가지 유형의 강력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1건(12.4%)은 스토킹 이후 살인 감금 강간 등 강력 범죄가 이어졌다. 스토킹 범죄 때 철저한 신변 보호가 이어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들이다.

스토킹 이후 발생한 강력 범죄로는 살인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8건 중 5건은 신당역 사건이나 B 씨 사례에서도 나타난 ‘계획 살인’이었다. 이어 감금과 강제추행(각 7건), 강간과 특수상해(각 5건), 특수폭행(3건)이 뒤를 이었다. 일부 사건은 살인과 특수상해, 강간과 감금 등 두 개 이상의 강력 범죄가 중복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 상당수가 강력 범죄를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스토킹으로 신고됐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를 확실하게 분리시키고, 강력 범죄 가능성을 철저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토킹 피해자 가족도 강력범죄 표적… “신변보호 확대해야”


판결문 251건 전수분석

스토킹 살인 8건중 5건은 계획 살인, 감금-강제추행 각 7건…강간도 5건
솜방망이 처벌로 범행 지속-반복… 스토킹 8년만에야 징역형 수감도
피해자 보호 나선 가족 피해 많아





전문가들은 스토킹 전후에 동반되는 강력범죄 중에서 ‘감금’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감금과 스토킹 모두 비정상적인 소유욕이나 집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결문에서는 스토킹이 감금으로 이어진 경우가 7건 나타났다.

2020년 2∼6월 피해자와 교제한 후 결별한 C 씨는 헤어진 피해자를 감시할 목적으로 피해자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을 몰래 설치했다. 그리고 피해자 집 주차장에서 기다렸다가 피해자와 마주치자 휴대전화를 빼앗고 자신의 집에 감금했다. 이어 피해자가 탈의한 모습을 촬영한 다음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후 성폭행했다. 법원은 지난해 5월 C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감금 가해자의 경우 피해자를 제압한 상태에서 자신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하게 만들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감금과 스토킹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며 두 범죄 모두 다른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재발하는 스토킹 범죄
스토킹의 또 다른 특징은 지속성과 반복성이다. D 씨는 2011년부터 8년여 동안 피해자를 스토킹하며 따라다녔다. 2015년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후에도 계속해서 주거침입, 폭행, 추행을 반복하며 벌금형과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8년 동안 스토킹이 이어진 후인 2019년 8월에야 피해자의 주거지를 찾아와 껴안는 등 추행한 혐의를 인정했고 2020년 6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범행이 반복되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몽골 국적의 E 씨는 지난해 11월 피해자를 협박, 폭행해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 E 씨는 “나는 너를 평생 따라다니면서 살 거야”, “누구든지 나는 죽이고 고문할 거야”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피해자에게 보냈다. 이후 피해자가 운영하는 업소에 찾아가 문을 잠그고 피해자를 폭행했다. E 씨는 올 4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 가족·지인 노린 범죄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 지인들이 강력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가해자 F 씨는 다방 업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자주 방문했으나, 업주는 이를 스토킹으로 간주했다. 업주의 동료는 이를 알고 F 씨가 찾아올 때마다 그 사실을 알려 피해자와 마주치지 않게 도왔다.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동료 탓이라고 생각한 F 씨는 흉기로 동료를 수차례 찔러 중태에 빠뜨렸다. 재판부는 2020년 10월 F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과 강력범죄가 밀접한 연관을 가진 만큼 이번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보복과 집착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강력범죄와의 연관성이 높다”며 “특히 폭력적인 성향은 상대적 박탈 및 좌절 등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스토킹과) 상승 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송파 신변 보호 가족 살인 사건’(이석준 사건)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김태현 사건) 등 스토킹 피해자 가족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변 보호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권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한집에 사는 가족들은 스토커에게 인적 사항이 파악돼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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