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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김재영]이제는 끊어내야 할 모빌리티 9년 잔혹사

입력 2022-10-03 03:00업데이트 2022-10-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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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산업1부 차장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의 경영진이 지난달 29일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불법 콜택시’라는 낙인은 벗었지만 상처만 남았다. 우리가 알던 그 ‘타다’는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던 마부의 논리는 여전하다. ‘어떤 혁신도 택시를 앞지를 수 없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높은 벽은 견고하다.

2013년 우버가 등장한 이후 한국 모빌리티의 역사는 여객자동차법의 ‘유상운송 금지’ 조항과의 투쟁의 역사였다. ‘불법 콜택시’라는 택시업계의 비난에 직면한 우버는 최고경영자(CEO)가 기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5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우버는 떠났지만 모빌리티 업계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포착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2015년 콜버스는 심야시간에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모아 13인승 밴으로 이동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버스 운행은 불법’이라는 반발에 사업 모델을 바꿔야 했다.

2017년 풀러스는 유상 카풀이 예외적으로 허용된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해석했다. 다양해진 근무 형태를 감안해 낮 시간에도 카풀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막아섰다. 모든 국민의 출퇴근 시간을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로 법에 못 박은 것이다.

대리운전과 렌터카 서비스를 결합한 ‘차차’도 출시 1년 만인 2018년 불법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2018년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에 한해 렌터카 사업자의 운전기사 알선을 허용한 시행령의 예외조항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 역시 ‘꼼수’라는 비판과 검찰의 기소를 피하지 못했다. 2020년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한 달 뒤 국회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타다 서비스를 원천 봉쇄했다.

외부의 적을 물리친 모빌리티 시장에는 택시만 남았다. 하지만 파이를 키우지 못하고 쪼그라든 택시 시장은 기사들조차 배달업계 등으로 떠나가는 황무지로 남았다. 시민들은 잡히지 않는 택시에 불만을 쏟아냈고, 요금 인상 등의 땜질 처방만 나오고 있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택시 업계의 노력도 역으로 규제에 막혔다. 택시를 이용한 소형화물 운송 서비스는 화물업계의 반발로 좌절됐다. 여객자동차법에는 고속버스 등 노선 사업자는 일부 소화물을 운송할 수 있지만, 구역 사업자인 택시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는 거다. 혁신의 세계에선 언제든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뀔 수 있다.

여객자동차법의 모태는 1962년 제정된 자동차운수사업법이다. 전국에 승용차가 1만1000대가량일 때 만들어진 법이다.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자율주행, 차량공유, 에어택시 등 다양한 수단이 쏟아지는 모빌리티 시장을 담을 틀로는 부족하다. 당장 불거지는 갈등을 봉합하는 데 급급하기보단 혁신과 상생을 함께 담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여객자동차법을 경전 삼아 자구의 해석에 골몰하는 ‘훈고학’으론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 수 없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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