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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특파원칼럼/문병기]방한한 해리스가 대만 문제를 꺼낸 이유

입력 2022-10-03 03:00업데이트 2022-10-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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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에 ‘전략적 명확성’ 요구하는 美
한미관계 새 시험대로 부상하는 대만 방어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북한과 대만) 두 문제를 양자택일(either-or) 문제로 보지 않는다. 어느 쪽이 더 큰 우려인지, 어떤 동맹이 더 중요한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을 앞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안보 위협이 북한이라고 보고 이에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윤 대통령 의견에 동의하고 이를 규탄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만해협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해리스 부통령이 모든 회의에서 (대만 문제를) 꺼낸 이유”라고도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북핵을 반드시 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까지 한국의 대만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 이뤄진 한국, 일본 순방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대만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회담 후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했고, 윤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중국이 반발할 때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을 찾아 대만 방어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무엇 때문일까. 먼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미국이 당장 취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이 대만 봉쇄 훈련을 감행하며 위협에 나섰지만 미국은 한 척의 항공모함 전대와 구축함이 시차를 두고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과거보다 낮은 수준의 대응을 보였다.

중국은 대만 침공 시 미군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등 미사일 전력을 대폭 증강해 왔지만 아직 미국은 이를 무력화할 만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군사적 대응 카드도, 경제적 압박 수단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동맹의 핵심 축인 한미일 3각 협력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외교적 수단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작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중국 규탄과 대만 방어 의지에 대한 전략적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되는 면이 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아직 높은 한국이 대만 방어 의지를 밝힐 경우 따라올 결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클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여야가 한목소리로 동맹 규합을 통한 대만 방어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대만 문제는 한미동맹을 새로운 시험대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CNN 인터뷰에서 “중국 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이 모호하지 않다”고 했다. 도어스테핑을 둘러싼 설화가 보여주듯 ‘허심탄회하고 직설적인’ 대답이 늘 최선은 아니다.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를 외교 현안에 대한 발언은 더욱 그렇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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