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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경영진 임기 보장하라”는 대우조선 노조의 기이한 요구

입력 2022-10-03 00:00업데이트 2022-10-03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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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발해온 대우조선 노조가 현 경영진 임기 보장을 매각 요구 조건으로 제시한 문건이 공개됐다. 노조가 지난달 27일 작성한 ‘매각발표 관련 대의원 간담회 공유’ 자료에는 직원들의 고용보장 등과 함께 경영진 임기 보장과 정부의 낙하산 금지가 4대 요구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올 3월 전 정부가 임명한 박두선 대표 등 현 경영진 교체를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부실 경영이 문제가 돼 회사가 넘어갈 지경이 되면 경영진부터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 대우조선은 22년간 공적자금 지원과 자본 확충 등의 형식으로 수조 원의 혈세를 축냈다. 최근 1년 반 동안에만 2조3000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작년 6월 말 현재 274%이던 부채비율은 1년 만에 676%로 치솟은 상태다. 부실 경영의 책임이 어느 기업보다 무겁다.

최근에는 조선업 장기 불황이 끝나 선박 신규 수주가 늘었음에도 대우조선이 저가 수주 공세로 출혈 경쟁을 주도하는 바람에 한국 조선업 전체가 손해를 본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노조가 나서서 경영진 임기까지 챙기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한화가 조선업 경험이 없어 당분간 조선 전문가가 경영해야 효율적이라는 취지’라고 했다. ‘조선 전문가’가 경영한 결과가 올 상반기에만 5700억 원에 이르는 영업적자인가. 그러니 “주인 없는 대우조선에서 경영진과 노조가 어떤 공생 관계였기에 이런 요구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72%의 찬성으로 이번 매각에 대한 쟁의권을 확보해둔 상태다. 2008년 한화그룹이 인수를 추진할 때는 실사를 못 하게 방해했고, 2019년 현대중공업이 인수자로 나서자 벨기에 유럽연합 본부까지 찾아가 ‘인수 불허’를 요구하는 시위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매각이 무산되면 ‘밑 빠진 독’에 계속 혈세를 쏟아붓느니 차라리 청산하는 게 낫다는 여론도 있다는 사실을 노조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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