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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전문의 칼럼]불필요한 고가 진료 부추기는 실손보험, 암환자 건강 위협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입력 2022-09-29 03:00업데이트 2022-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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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암 환자들은 ‘완치’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치료비 부담’도 큰 걱정거리로 꼽는다. 우리나라는 암에 걸리면 치료비의 95%를 건강보험에서 지불하기 때문에 1000만 원 치료를 받더라도 50만 원만 내면 된다. 95% 지불은 급여 진료에만 해당된다. 비급여 진료는 환자가 100% 지불하기 때문에 부담은 여전히 높다. 비급여 진료란 치료법이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너무 비싸서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하지 않는 치료를 뜻한다.

그런데 암 치료와 관련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은 이모 씨의 사례다. 이 씨는 3년 전 위암으로 보름간 입원해 진료비 1000만 원이 드는 치료를 받았다. 약 200만 원의 본인 부담금을 지불했다. 암 치료가 끝난 뒤 ‘암 환자 전문 요양병원’에 564일 입원해 무려 1억1000만 원의 진료비가 발생했다. 진료비 중 94.4%가 비급여 진료여서 본인부담금은 8600만 원이 청구됐다. 요양병원에서 시행한 비급여 진료는 암 치료와 관련이 없고 근거가 부족한 1회당 20만∼30만 원의 주사 영양제, 고주파 온열치료, 면역약물 투여 등이 주를 이뤘다.

A 씨는 왜 이런 비급여 치료를 받았을까? 실손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민간 보험회사에서 만들어 국민이 임의로 가입한 것이다. 가입 조건에 따라 급여는 물론이고 비급여까지 본인 부담 진료비를 최대 100%까지 보상해준다.

문제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은 매달 보험료는 어차피 지불하기 때문에 보험금을 받아낼수록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근거가 있든 없든 많은 검사와 투약을 원한다. 일부 의료기관도 환자가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가능한 한 많은 검사와 진료 행위를 권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근거가 있는 진료인지 아닌지를 심사한다. 그런데 실손보험은 진료를 받은 뒤 영수증만 보험회사에 제출하면 보험회사가 지불하므로 진료 근거를 심사하는 기능이 없다. 근거 없는 진료를 시행해도 의료기관에서는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의 이해득실을 따져보자. 의료기관은 당연히 경제적 이득을 본다. 보험회사는 과다한 의료비 청구 때문에 재정 부담이 생긴다. 환자들은 의료비를 전액 지급해주는 실손보험 때문에 건강이 향상되고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근거가 부족한 치료는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다. 국내 암 환자 약물 유해사례 연구에 따르면 전체 유해 반응 중 40.4%, 중증 유해 반응 중 19.6%가 주사 영양제에 의한 것으로 흉통, 호흡곤란 등을 유발했다. 이제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를 멈춰야 한다. 실손보험으로 야기되는 근거가 불확실한 진료 폭증은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뿐, 암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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