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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건물위 120개 낚싯줄, “드론 촬영 차단용”… 국가고시센터 가보니

입력 2022-09-29 03:00업데이트 2022-09-29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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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위원 2주 합숙하며 문제 출제… 금속탐지기로 전자기기 반입 차단
CCTV 69대로 24시간 행동 감시… 창문마다 자물쇠-시트지까지 붙여
음식물쓰레기 반출 출제기간 금지… 가족 사망-응급실갈때만 외출 허용
이때도 보안직원 2명이 동행
27일 언론에 처음 공개된 경기 과천시 국가고시센터. ‘ㅁ’자 형태의 건물로 둘러싸인 정원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드론을 막기 위해 설치된 120개의 낚싯줄이 보인다(윗쪽 사진). 정원 방향이아닌 창문은 자물쇠 및 시트지로 봉쇄돼 있어 외부 풍경을 볼 수 없다. 인사혁신처 제공
“우연히 날아온 산비둘기가 이제 집비둘기가 됐어요.”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인사혁신처 국가고시센터. 조재운 시험출제과 팀장은 “비둘기가 어찌어찌 들어왔는데 드론 방지망에 몇 번 걸리더니 이제 탈출을 포기한 것 같다”며 중앙정원 구석에 있는 새를 가리켰다. ‘ㅁ’자 형태 건물로 둘러싸인 중앙정원 위에는 120개의 낚싯줄이 50cm 간격으로 걸려 있었다. 드론 촬영을 통한 시험 문제 유출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그물망’을 설치한 것이다.
○ 철통보안 자랑하는 국가고시센터
이날 인사처는 2005년 건립한 국가고시센터를 17년 만에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센터는 시험위원(출제자)들이 2주간 합숙하면서 국가직 공무원 5·7·9급 시험 등 17종 347개 과목의 문제를 출제하는 곳이다. 연면적 9838m²(약 3000평)로 숙소와 식당, 휴게실, 체력단련실 등을 갖췄다.

시험 문제를 내는 만큼 보안은 센터의 생명이다. 휴대전화 등 모든 전자기기는 반입이 금지된다. 출입구는 본관 정문 단 1곳인데,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보안상황실 직원들이 폐쇄회로(CC)TV 69대로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센터 안에서는 바깥 풍경도 볼 수 없다. 창문마다 자물쇠가 걸려 있고, 여기에 시트지까지 붙였기 때문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외부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해 사진을 찍을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당 환풍구는 그물망으로 막아 쪽지 등이 오갈 수 없게 했다. 음식물쓰레기 반출도 금지된다. 센터 관계자는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나지 않도록 건조와 분쇄를 거쳐 최대한 작은 부피로 보관하다 2주간 합숙이 끝나면 한꺼번에 반출한다”고 했다.
○ 17단계 거쳐 시험지 인쇄
합숙 기간 출제자는 물론이고 요리사와 보안직원 등 센터 내 모든 인원은 외출이 금지된다. 직계존비속이 사망했거나 급히 병원에 가야 할 때만 예외인데, 이때도 보안직원 2명이 동행한다.

숙소는 2, 3, 5인실로 나뉘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과 2주 동안 같이 지내야 하는 출제자들은 상당수가 고충을 토로한다. 문제 출제를 위한 시설이다 보니 출제자의 요구사항은 가급적 들어준다. 한 출제자가 “정원 연못에서 맹꽁이가 울어 잠을 못 자겠다”고 호소해 연못 물을 모두 뺀 적도 있다. 의무실 관계자는 “출제자들의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매일 60, 70명이 의무실에 오는데 소화제나 피로해소제를 많이 받아 간다”고 했다.

출제 과정도 엄격하게 관리된다. 출제자들이 ‘문제은행’에 입고된 문제를 검토하는 것부터 인쇄된 시험지가 수험생들에게 나눠지기까지 총 17단계를 거친다. 문제은행에는 현재 9만5000여 개의 문제가 암호화된 채 보관돼 있다. 최근 3년 이내에 학원 강의를 했거나 수험서를 발간한 경우에는 출제자가 될 수 없다. 지난해 대학교수와 공무원 등 총 7551명이 출제자로 위촉됐는데,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출제자 구하기도 갈수록 쉽지 않다고 한다.

과천=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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