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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아버지 김창열의 물방울, 아픈 기억 지우기 위한 몸부림”

입력 2022-09-28 03:00업데이트 2022-09-28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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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술 거장 다룬 다큐 ‘물방울…’
아들 김오안 감독이 5년간 만들어
“6·25때 가족 잃은 죄책감 시달려”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에서 작업에 열중한 김창열 화백. 김오안 감독은 “아버지의 물방울은 순수하면서 슬프고, 아름다우면서도 소멸하기 쉬운 나약한 존재”라고 했다. 영화사 진진 제공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창열 화백(1929∼2021)의 별명은 너무나 유명하다. 1971년 ‘밤에 일어난 일’을 시작으로 줄곧 물방울만 그려 ‘물방울 화가’라 부른다.

김 화백의 둘째아들인 김오안 영화감독(48·사진)은 언제나 궁금했다. “왜 당신께선 평생 수십만 개의 물방울만 그리는 ‘예속’을 스스로 선택한 것일까.” 그 답을 찾아 김 감독은 카메라를 들었다.

2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아들이자 한 명의 예술가인 김 감독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재해석이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6일 만난 그는 “아버지 작품은 아름답지만, 아름답다는 이미지가 내밀한 깊이를 숨겨왔다”며 “화가 내면의 고통과 철학의 깊이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스크린에서 김 화백은 다양한 면모를 드러낸다. 작업 땐 고독한 수도승 같았지만 과거를 회상하면 단박에 울음을 쏟아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평생 가슴을 짓눌렀다. 김 화백은 “물방울은 모든 기억을 지우기 위한 것이다. 모든 악과 불안을 물로 지우고 싶다”고 털어놨다.

촬영은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아버지란 존재는 너무 가까우면서도 커서 거리감을 조절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영화는 2014년부터 5년 동안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만들었다. 어느덧 아버지가 프랑스에서 물방울 작품을 구상했던 40대가 된 아들은 오랜 궁금증을 풀었을까.

“글쎄요. 다만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네요. 말수는 적지만 옆에만 있어도 사랑을 느끼게 해준 이. 심각했지만 와인 한 잔 마시면 노래를 부르던 이. 세월이 흐르니 이젠 조금 아버지를 알 것 같아요.”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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