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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즉석 사진’ 놀이에 빠진 MZ세대[사진기자의 사談진談]

입력 2022-09-28 03:00업데이트 2022-09-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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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찍은 즉석 사진. 관건은 포즈인데 이를 고민하는 과정부터 즐거움은 시작된다. 독자 최이담 씨 제공
홍진환 사진부 차장
‘눈 감고 찍은 사진 장난스런 표정 … 꽃받침 속 너와 나 빛나고 있어.’ 신예 아티스트 ‘21학번’이 7월에 발표한 노래 ‘스티커 사진’ 가사 중 한 부분이다. 즉석 사진을 찍으면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 곡은 즉석 사진에 열광하고 있는 MZ세대들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즉석 사진관은 요즘 젊은이들이 친구들을 만나면 방문하는 필수코스가 됐다. 이들은 오늘 찍을 ‘인생샷’을 내일로 미루는 법이 없다. 때론 뙤약볕에서 오랜 시간 줄 서는 수고로움조차 문제가 안 된다. 기다림 끝에 매장에 들어가면 곳곳에 설치된 포토부스에서 카메라 플래시처럼 웃음이 터진다. 의상과 소품을 대여해주고, 파우더룸까지 갖췄다.

앞서 즉석 사진이 인기인 적이 있었다. 1997년 일본에서 스티커 사진 자판기가 수입돼 2000년대 초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작은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 자판기에 돈을 넣은 다음, 제한된 시간 안에 포즈를 취하면 즉석에서 사진이 찍혀 나왔다. 출력된 사진은 가위로 오려서 친구들과 나눠 갖고 습관처럼 삐삐, 다이어리, 휴대전화에 붙였다. 필름 사진과 달리 그 자리에서 인화되는 스티커 사진은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스마트폰과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속속 등장하면서 사진의 소비 패턴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재빠르게 옮겨갔다.

그러던 스티커 사진은 ‘인생네컷’이라는 즉석 사진 브랜드가 점포를 열면서 점차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인기가 커지자 후발 업체인 ‘포토이즘’ ‘포토시그니처’ ‘하루필름’ 등도 개성 넘치는 콘셉트로 무장해서 젊은이들을 모으고 있다. 유통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즉석 사진관 업체와 콜라보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한 매체 기고에서 “즉석 사진 열풍은 ‘즉석 인화가 가능한 필름 사진’과 ‘사진을 디지털로 저장하거나 복제할 수 있는 방식’ 모두를 소유하려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MZ세대들은 아날로그 사진의 감성을 즐기면서 이를 다시 디지털 파일로 소유하고 SNS에 공유하면서 각각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한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진 권력’이 이동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가 시작되면 카메라를 잡은 사람이 절대적인 권력을 갖게 된다. 전통적인 사진관에서는 사진 찍히는 사람은 사진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관계로 고착된다. “웃으세요. 눈 뜨세요” 사진사의 한마디에 피사체의 몸은 경직되고 어색함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획일화된 구도와 정형화된 포즈를 벗어나기 어렵다.

반면 즉석 사진관에서는 사진 찍히는 사람이 주도권을 가진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표정과 자세로 편안하게 ‘셀프 촬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기 표현에 망설임이 없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매번 무슨 포즈를 취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대다가 끝나는 이용자들을 위해 ‘절대 망하지 않는 포즈’가 SNS에서 공유되기도 한다. 비교적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하트샷, 새싹샷, 계단샷, 집중샷, 쌍둥이샷 등은 기본이다. 최근엔 브이를 만든 후 손바닥이 위를 보이게 뒤집어 팔을 앞으로 쭉 내미는 ‘갸루피스’ 포즈가 연예인들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반면 신문 매체를 포함한 레거시 미디어에 표출되는 인물 사진은 MZ세대가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진에 비해 상당히 경직돼 있다. 대체적으로 너무 진지하고 정형화돼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나 민간이 주최하는 행사의 대미는 여전히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걸 찍기 위해 수십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파이팅 포즈에서 그나마 발전한 것이 두 손 벌려 만든 하트 포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손가락 하트 정도다. 젊은 세대들 눈에는 촌스럽고 식상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사진기자의 고민도 점점 깊어진다. 웃는 얼굴을 찍기 위해 ‘치즈’ 대신 ‘김치’를 외쳤던 과거를 회상해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홍진환 사진부 차장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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